“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미움과 그리움, 사랑과 원망이 섞인 복잡한 마음이죠.” 가수 임재범은 7일 오후 6시 공개하는 신곡 ‘아버지 사진’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담담하게 내뱉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곡 노랫말을 쓴 채정은 작사가는 “이별은 미움을 덮죠”라는 구절을 적어 넣었다. “(채 작사가가) 점쟁이인가 싶을 정도로 제 상황을 잘 담아주셨어요.” 이날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만난 임재범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버지 사진’은 아버지 영정사진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낀 심경을 표현한 발라드다. 임재범은 “제 아버지를 지칭한 노래는 아니다. 모두의 아버지, 특히 명을 달리하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 상처 등을 제가 대신 불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는 2년 전 세상을 뜬 아버지 임택근 전 아나운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임재범은 “아버지 영정 사진을 들고 내려오면서 ‘이 세상엔 내 아버지가 없구나’라는 외로움과 미안함이 섞여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임재범은 ‘아버지 사진’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와 영영 이별한 뒤 느낀 소회를 담은 ‘내가 견뎌온 날들’, 삶의 이유가 돼 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너란 사람’ 등을 엮어 정규 7집 ‘세븐 콤마’(SEVEN,)의 마지막 막을 완성했다. 앞서 공개한 1, 2막에 실린 ‘여행자’ ‘히말라야’ 등 6곡과 프롤로그곡 ‘위로’가 포함된 정규 10집은 8일 실물 음반으로 출시된다. 임재범은 “집을 나서서 혼돈을 겪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은 음악”이라며 “듣는 사람들이 음악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막을 나눠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임재범은 정규 10집을 내기 전 7년 간 음악 활동을 멈췄다. 아내 송남영씨와 아버지 등 가족을 잃은 아픔이 커서였다. 그는 외부와 단철된 채 괴로움에 천착했다. 음악조차 듣지 않았다. 가수 활동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을까 생각도 했다. 소속사 블루씨드컴퍼니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임재범은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긴 시간 노래를 부르지 않은 탓에 원하는 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소리를 찾아가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다음 달 전국투어 콘서트 때까지 소리를 잘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때 호랑이라고 불리던 사내는 삶의 격랑을 겪으며 겸허해졌다. 임재범은 폭발적인 가창력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을 음악에 새겨 넣었다. 그는 “내게 음악은 숙명”이라고 했다. 도망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임재범은 “지금은 내가 팬들에게 기대는 것 같다. 팬 여러분 덕분에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보상이 없더라도 감사함으로 (터널의 끝을)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