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는 명동거리를 빗겨간 모양새다. 거리를 메운 관광객과 대조적으로 텅 빈 상가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반쪽 회복에 그쳤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뒤섞여 다소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다. “투(two), 2000원” 거리에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를 구매하는 외국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화장품 가게 직원들은 문 앞으로 나와 손님 모시기에 뛰어들었다. 새로 문을 열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가게도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골목을 채운 상가들은 여전히 텅빈 상태였다. 문을 연 일부 가게들을 제외하고 ‘영업종료’, ‘임대문의’ 딱지가 붙은 상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메인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진입할수록 빈 상가들을 목격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한 국내 스포츠 브랜드 상가는 ‘올해 말까지 휴업’이라는 표시를 내걸어두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적막감만 흘렀던 지난 4월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상인들은 명동거리가 ‘일부 회복’에 그쳤다고 입을 모았다. 분식 가게를 운영 중인 노점상인 A씨는 “오늘은 평일 치고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조금’밖에 안늘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 직원 B씨도 “거리두기 종료 이후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했지만 중앙 거리에만 많지 골목은 잘 찾지 않는다. 완전 회복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명동 상권의 공실률은 서울 임대시장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0.9%다. 도심지역 평균(16.9%)과 서울(9.5%) 공실률을 훌쩍 넘어섰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명동이 36.9%로 서울지역 중 유일한 두자릿수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명동 상권의 주요 타깃인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의 느린 회복세가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1~6월 81만1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2만187명 대비 두배 가량 늘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은 8만2301명에서 7만5191명으로 8.6% 감소했다.
일본인 관광객은 월 1만명 선을 겨우 회복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1만178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38.1% 늘었다. 무비자 입국 규제 완화 영향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직전인 지난 2020년2월까지 매월 20만~30만명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방문객 수가 낮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명동 임대시장은 규모가 큰 편이다. 임대료 뿐만 아니라 시설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명동 상권에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선 좀 더 추이를 지켜보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던 곳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관광객 회복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하반기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입국규제 완화로 일본 관광객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 중이기 때문이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격리·통제 구역 밖에서는 코로나19 신구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도시인 쓰촨성 청두, 선전 등 30여개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