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국정감사 단골 질의이자 오랜 숙원사업이다. 7년전인 2015년 11월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 발생 후 심각성이 알려지고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 필요성이 계속 강조되어 왔다.
해마다 국정감사 기간에 단골 질의에 속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허종식 의원과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 등이 C형간염검사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에 대한 시급성을 촉구하고, 정부가 두 번의 시범사업을 통해 C형간염 국가검진에 대한 타당성이 검증되었음에도 추가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 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정책결정 회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C형간염 검진의 비용효과성 입증돼도 변화 없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선진화 약속 이행은 아직 보이지 않아
이에 대해 정부는 연구결과와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거쳐 국가건강검진 원칙에 근거해 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가 포함되어 있고, 이를 위해 선진적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정 감염병인 C형간염에 대한 정부의 대응 체계에 대해서는 대응 체계 선진화를 위헌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요구한 비용효과성은 이미 두 차례 시범 사업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정부 용역으로 대한간학회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국민 모두를 스크리닝(검진)하는 전략이 스크리닝하지 않는 것 대비 ICER 값이 816만 4704원으로, 비용 효과성 임계값인 국민 1인 GDP 3583만 1274원보다 매우 낮아 상당히 비용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C형간염 조기 검진‧치료하면 간암, 간경변증 예방해 사회경제적 비용, 사망위험 부담 감소효과 크고, 예방백신이 없어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C형간염을 조기 검진해 치료하면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나 사망위험비 부담 등의 감소 효과도 크다.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 이상이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중 30~40%가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 주 생산 활동 연령대인 40~50대 암 사망률 1위가 ‘간암’임을 고려할 때, C형간염에 감염되면 간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아 환자와 가족들의 사회경제적 생활 등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C형간염은 위중성이 높지만, 다행히 완치가 가능하다. C형간염은 모든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에 관계없이, 8~12주 치료로 98%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C형간염을 조기에 진단해 간암으로 악화되기 전 치료하면 간암 사망위험비 부담도 37%나 감소시킬 수 있다.
C형간염의 국가검진도입은 감염병의 전파 위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C형간염은 다른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고, 감염 사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C형간염 혈액을 매개로 감염되는데 감염 시 증상이 있는 경우가 약 6%에 불과하고, 대부분 무증상이라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방치한다. 무증상 감염병이라는 C형간염 특성상 본인이 모르는 새 일상생활 중 주변과 집단에 C형간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한 전세계적 움직임은 가속화, 우리나라는 검진도입과 치료체계 관리 정리가 필요
또한 C형간염은 세계보건기구(WHO) 및 많은 국가들이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촉구하는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국가적 차원의 퇴치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를 위한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에 이어 적극적인 간염 퇴치를 위해 5월 19일을 ‘국가 간염 검사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대만,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C형간염 검진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세계적 C형간염 퇴치 움직임에서 많은 뒤늦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반복적인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재검토를 요구하는 동안 C형간염의 전파 위험은 계속 도사리고 있다.
이와 함께 진단된 환자의 치료관리체계의 미흡도 문제다. 현재 C형간염은 “제3급법정감염병”으로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정부에 환자를 신고하고 있으나, 절반 이상은 치료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매해 평균적으로 약 1만 명의 환자가 C형간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 중 치료 받은 환자는 약 40~60%에 불과하다. 진단 환자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진단받은 환자들이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국내 전문가들도 위중한 C형간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감염병 퇴치로 가는 첫걸음은 바로 C형간염 국가검진도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간학회 홍보이사 건국대학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C형간염은 조기 진단만 하면 2~3개월의 부작용 없는 치료로 완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본인도 모른 채 주변에 전파하는 감염원이 되거나, 20~30년 후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 등으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국민들은 건강을 위협하는 위중한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시급히 국가검진 도입과 치료체계 관리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해마다 국정감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그 때마다 이미 여러 차례 비용효과성 등 정부 요구를 입증해 온 만큼 올해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