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의원이 19일 의원총회에서 새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선임됐지만, 관심은 19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진 이용호 의원에게 더 쏠렸다. 이 의원은 호남 출신 재선 의원으로 당내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총 106표 중 42표를 얻었다.
이에 대해 다수 의원은 당을 전횡하는 ‘윤핵관’ 세력에 대한 경고이자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호남을 기반으로 외연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호남 출신의 재선 이용호 의원이 꽤 선전한 배경은 다선 의원들의 표심 결집 덕분으로 보인다. ‘윤핵관’을 자처하며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추대 분위기를 만들던 초재선 의원들의 행태에 반발한 것으로 이날 표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A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날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 “무리하게 찍어누르는 행태에 대한 반발”이라고 밝혔다.
A의원은 “누구의 뜻이라면서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하는 의원들의 출마까지 막는 행태를 보이자 당사자뿐 주변 의원들도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찍어누르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찍어 누르니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의원은 전날 자신이 나름 찬찬히 투표 결과를 체크해보니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B의원은 “현재 당내 문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초선 의원들은 누군가의 뜻이라고 하니 특정 후보를 찍었겠지만, 어느 정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한 재선 이상 의원들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반대 투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친윤’과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해서 이준석 전 대표를 옹호하는 메시지로 왜곡 해석하면 안 된다”고도 이준석 옹호론과는 선을 그었다.
C의원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또 다른 선택 요소로 다가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 정치 전문가들도 예상외 경합을 벌인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반감의 결과라고 비슷하게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친윤’ 초재선 그룹에서 주호영 추대론을 내세웠는데 이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아울러 친윤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계파색도 엷고 호남 출신인 이용호 의원을 선택한 것은 호남을 공략하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호남 지역 의원을 선택했다는 것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조금은 가미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비정상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보면 주호영 의원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윤핵관 세력에 대한 반감, 대통령의 반감도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며 “당이 누구의 뜻에 따라서만 일사불란하게 가는 체제가 맞느냐에 대한 자기반성의 의미도 담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 2015년 ‘진박 논란’ 당시를 언급하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2015년도 친박들이 당을 장악해서 유승민 의원에게 공천을 안 주고, 쫓아내면서 망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을 것”이라며 “똑같은 목소리를 강요받는 상황에 반란표가 결집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여러 언론이 선거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일축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