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오전 공청회를 열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SKB)와 콘텐츠 제공업자(CP)인 넷플릭스 의견을 들었다. 양사가 직접 참석하지 않고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이 ISP측 진술을,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CP측 진술을 대신 맡았다.
SKB는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넷플릭스와 2년 넘게 소송 중이다. 망 사용료로 매년 수백억 원을 납부하는 국내 CP와 달리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어 역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지금은 국회도 예의주시할 만큼 ICT업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전날 열린 공청회는 국회 과방위가 이 문제를 다루는 첫 회의였다. 공청회를 기점으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걸로 예상을 모았지만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같은 주장 번복과, 5개월 공백 기간 사이에 물갈이 된 위원들의 낮은 이해 수준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심이 끝나가는 마당에 넷플릭스 측은 1심초기에 재기된 ‘망 중립성’이나 ‘인터넷은 무료’라는 논리를 다시 들고 있다”며 “기존 위원들은 스터디가 돼있고 재판부도 이해도가 높은데 반해 새로 합류한 분들은 그렇지 못해 또 솔깃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 진행이 곧 입법으로 가는 큰 발전이지만 위원 이해도가 낮은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분쟁 해결이 지지부진한 또 다른 이유로 과방위 파행이 거론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안소위원회 위원장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어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국회엔 망 사용료 지불에 관한 법안이 7개 발의돼있다. 정당한 망 이용대가 산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인터넷망 이용과 제공 관계에 공정경쟁을 조성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 과방위원장 체제에서는 여당이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과방위 회의를 참석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법안심위 위원은 9인(민주5·국힘4)이며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다. 이날 박성중 의원이 여당 간사로 선임되면서 자리다툼으로 생긴 불화는 잠잠해졌지만 입법까지 갈 길은 멀다. 당장 내달 국정감사 준비로 여야 모두 법안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