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 이재용 부회장
박람회는 인류의 산업·과학기술 발전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 역량을 과시하는 장(場)으로 ‘경제·문화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갤럭시 스마트폰, 네오 QLED TV, 비스포크 등 혁신 제품으로 대한민국 위상을 높인 기업이다.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이달부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순방하며 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8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부회장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멕시코 현지 사업 현황 등을 설명하고 삼성과 멕시코 기업들 간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2030년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지해줄 것을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부산세계박람회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혁신 기술을 제시하는 장(場)이 될 것”이라며 부산이 박람회 개최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출장은 파나마로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파나마시티 대통령궁에서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박람회 부산 개최 지지를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특사로 임명되기 이전부터 박람회 홍보 활동을 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박람회 부산 개최 지지를 부탁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함께 선도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파나마를 거쳐 네덜란드까지 이 부회장이 박람회 유치전을 위해 뛴 거리는 총 1만1852㎞다. 이는 서울-부산거리를 약 30회 왕복한 거리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은 스페인, 스웨덴, 헝가리, 베트남, 네팔, 코스타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유치 지원 노력을 하고 있다.
‘민간위원장’ 최태원 회장
이 부회장 못지않게 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에 열심인 총수는 최태원 SK회장이다. 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WE(월드 엑스포) TF를 조직, 최고 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무대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는 등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 함께 부산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역량을 박람회 유치에 결집 하겠다”고 다짐했고 최 회장은 “경제계는 민관협력 파트너로서 정부와 원 팀(one team)이 돼 일심전력을 다 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해 디미트리 케르켄테즈 BIE 사무총장과 각국 대사 등을 만나 부산 엑스포를 홍보했다. 7월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나 부산엑스포 경쟁력을 설명한 뒤 한국이 엑스포를 유치하면 멕시코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최 회장은 에브라르드 장관에게 “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 등 모자 3개를 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기후위기 등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도록 부산엑스포를 기획 중이며 엑스포를 계기로 양국이 장기간 우호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지 선정까지 1년이 남았는데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또 이달 15~16일에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추진위원회 마츠모토 마사요시 부위원장을 비롯해 일본 국제박람회기구 주요 인사와 면담했다. 최 회장은 “오사카 엑스포 열기가 부산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5년마다 단절되는 행사가 아닌 인류 공동 주제를 놓고 지속 모색하고 협업하는 엑스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일정 중엔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 ‘양국 경제단체 민간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최 회장은 16일 BIE 주요 인사를 만나 “인류의 보편적 과제들이 이어지는 엑스포가 돼야한다”라며 “양국 간 핵심 산업 협력도 강화해야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해 순방한 거리는 1만9988㎞다. 이 또한 서울과 부산을 약 50회 오간 거리와 맞먹는다.
‘아일랜드서 박람회 홍보’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한국에서 9218㎞ 떨어진 아일랜드에서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활약했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세계소비자포럼)글로벌 서밋에 부스를 열고 부산박람회 유치에 힘을 실었다. 신 회장은 홍보 부스는 물론 글로벌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박람회 개최 최적지로서 부산의 역량을 적극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신 회장은 앞서 롯데오픈 골프대회가 열린 인천베어즈베스트 청라에도 들러 박람회 유치를 응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주요 계열사 해외 사업장을 돌면서 박람회 유치 활동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람회는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다. 2030년 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국가와 도시는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다. 유치 장소는 2023년 11월 BIE 170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