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8일 윤리위를 열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정치 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되면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창당의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후년 초 총선 국면이 본격화될 무렵이 될 거란 분석이다.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전문가는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가 제명되더라도 당장 신당을 창당하지는 못할 거라고 봤다. 신당 창당은 결국 현재 고착화된 양당 체제에 제3당이라는 변화를 주는 것인데 지역적 기반이 없다면 지속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본격화될 2024년에는 신당을 창당해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란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제명된다고 해도 신당 창당은 지금은 불가능하다”며 “일단 이준석 전 대표 빼고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고, 지역적 기반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이 전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설 현역의원이 과연 있겠느냐”며 “결국은 이 전 대표가 ‘단기필마(單騎匹馬, 한 필의 말을 타고 홀로 나아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 교수는 “만약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2024년 1월 무렵 여야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나 몇몇 현역의원들이 나오고 시끄러워지는 시기에서야 제3정당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져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기반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창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신당 창당 시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결국 가정해 조사한 것이기에 실제로 창당됐을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하면 제3당이 되는 것인데 지역적 기반 없으니 현실적으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정치 역사상 제일 오래 지속됐던 제3정당은 충청지역 기반의 자민련이었지만 이 전 대표는 딱히 뚜렷한 지역적 기반이 없다”면서 “쿠키뉴스 여론조사를 포함해 다수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가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보기도 힘들기에 창당 가능성은 더 낮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해 진보층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이끌 수도 있다는 다소 다른 시선의 해석도 있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과거에도 YS·DJ 정도가 돼야 가능했던 일”이라며 “수많은 신당 창당 시도들이 실패한 대부분 이유는 결국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평론가는 “이준석은 상황이 다르다.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신당 창당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밝히지만 결국 그 길(신당 창당)로 내몰릴 것”이라며 “이준석의 신당 창당 또는 독자노선 강행이 어쩌면 새로운 국면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진보 단체들과 함께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양당 체제를 깨는 신당 또는 제3당 중에 성공한 사례로는 자민련과 자유선진당이 꼽힌다. 이들 모두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서 김종필 총재와 이회창 대표 등 대선후보급 정치인을 중심으로 꾸려졌었다. 또 이들은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아니지만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는 등 나름의 정치력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정치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일정 기간에는 한국 정치 지형 변화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