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중 30% 이상이 진단 입원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조기 ‘합의퇴원’하고 있고, 입원해 있는 기간도 진단서 입원일수 대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2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31%는 진단서 상 입원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합의퇴원’하였고, 이들의 입원기간도 진단일수의 4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자동차 교통사고 접수 건수는 매년 200만건을 넘나들며 1087만건을 넘어섰다. 이중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고는 298만건으로 2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고 298만건 중 92만건 이상은 손해보험사들의 조기 ‘합의퇴원’ 유도 등으로 진단서 상 입원기간을 제대로 다 채우지 못한 채 퇴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정숙 의원은 “손해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입원일수를 줄이는 대신 입원금액을 합의금에 더해 지급하는 방법으로 조기 ‘합의퇴원’을 적극 유도해 자신들의 부담을 더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2개 보험사의 입원환자들의 진단서상 입원 요구일수는 평균 17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입원한 기간은 평균 7일로 진단서보다 10일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나 보험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기 ‘합의퇴원’을 유도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조기 “합의퇴원”을 가장 적극적으로 유도한 손해보험사는 ‘하나손해보험’으로 드러났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5년간 총 5만8695건의 입원건수 중 무려 85.3%인 5만95건에 대해 조기 ‘합의퇴원’을 이끌어 낸 셈이다.
이어 롯데손해보험(82.9%)과 악사손해보험(82.7%)이 80%를 넘기며 뒤를 이었고, 국내 4대 손해보험사 중 DB손해보험이 입원 605,899건수 중 64.3%인 389,432건을 조기 ‘합의퇴원’으로 유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캐롯손해보험 등 3곳은 ‘합의퇴원’ 건수를 별도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어 다른 보험사에 비해 고객관리가 느슨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숙 의원은 “소형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4대 보험사까지 60% 넘게 조기 ‘합의퇴원’이 높은 것은 소비자 건강 차원에서 되짚어 봐야 할 문제”라며 “조기 ‘합의퇴원’이 결정된 이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없는지 관리·감독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기 ‘합의퇴원’으로 환자들이 보상받은 합의금은 1인당 평균 13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합의 건수에 대비하면 5년간 무려 3조6973억원이 합의금으로 지급됐으며 1년에 7394억원에 달한다.
양정숙 의원은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는 조기에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환자관리 기간을 줄이고 증상악화, 후유증 등 잠재 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어 조기 ‘합의퇴원’이 곧 담당 직원의 업무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며 보험사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어 “통계청 KOSIS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2020년도 당기순이익이 4조5933억원에 달하는데도 국민과 소비자들은 안중에 없이 자기 이익만 쫒는 잘못된 행태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