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3세 경영, CJ 이선호 ‘진행 중’ 롯데 신유열 ‘시기상조’

유통가 3세 경영, CJ 이선호 ‘진행 중’ 롯데 신유열 ‘시기상조’

기사승인 2022-10-07 07:36:0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 사진=안세진 기자

유통업계 창업주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조금씩 모습을 내비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는 신 회장의 해외 출장 등 업무에 동행했다. CJ그룹의 이경후, 이선호 자매는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각각 CJ ENM과 CJ제일제당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승계가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유열씨는 현재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경후, 이선호 자매는 당초 올해 예정됐던 CJ올리브영 상장이 안좋은 증시 상황으로 인해 잠정 중단되면서 경영승계 과정의 자금줄 역할이 끊겼다. 경영승계가 내년에는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그룹, 갈길 먼 경영승계…지분 0%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는 롯데그룹과 일본 노무라증권의 전통적 행사인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했다. 교류회는 노무라경제연구소(NRI)가 이듬해 글로벌 경제 전망과 롯데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유열 상무가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선 것은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하노이 출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이들은 투자 논의와 함께 부산박람회 유치 홍보활동을 펼쳤다.

신유열씨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입사해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 미등기 임원(상무)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유열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노무라증권, 일본 롯데 근무를 거쳐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신 회장의 경영수업 코스를 그대로 빼닮았다. 때문에 이번 인사가 오너 3세 경영권 승계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롯데는 기존 유통·식음료에서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화학, 바이오 제조, 헬스케어 등 기업 대 기업(B2B) 사업 쪽으로 주력 분야를 옮기고 있다. 롯데그룹 내 화학사업 부문 비중(33%)은 이미 지난해 유통사업 부문(27.5%)을 뛰어넘은 상태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해 수소 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등 화학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배터리 소재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 신유열 상무가 주요한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김 상무는 일본 현지에서 화학사업 부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처 발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유열씨는 현재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율도 0%다. 3세 경영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과 함께 관련 자리에 참석만 하는 부분”이라며 “아직 경영 수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신유열 상무께서는 회사 보유 지분도 없는 만큼 경영에 뛰어들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상무. 사진=안세진 기자

CJ그룹, 경영승계 진행 중…관건은 올리브영 IPO

식품 대기업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급)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상무급)은 이미 경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두 남매는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CJ올리브영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경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지주사인 CJ 입사 이후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했고, 3년만인 2020년 부사장 대우에 오르면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이경후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CJ ENM 브랜드전략실 소속으로 ‘사랑의 불시착’, ‘K-CON’ 등 드라마와 영화, 공연 분야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상무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마약(대마초) 밀반입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한동안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지난해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로 승진하면서 북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그는 미주를 중심으로 글로벌사업 전략을 펼치는 한  편 식물성 식품 개발,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신성장사업을 맡고 있다.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과 이를 위한 자금 확보가 과제다. 현재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각 CJ 지분 2.89%와 1.27%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42.07%를 지닌 최대주주다. 두 남매는 현재 지주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조금씩 지분율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CJ올리브영 상장이 오너 3세 경영 승계 작업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이미 IPO로 두 남매는 자신들이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상무의 CJ올리브영 지분은 각각 4.21%, 11.04%다. CJ올리브영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남매는 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들은 CJ올리브영 구주 매도를 통해 CJ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정세 등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CJ올리브영의 상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변수다. 이에 CJ그룹 관계자는 “IPO가 잘되면 물론 좋은데 그렇다고 경영승계가 IPO와 바로 연결되는 것은 또 아니다”라며 “올리브영 상장은 내년 이후 장이 다시 좋아질 때 재검토를 할 것이고, 그와 별개로 경영 수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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