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버티자’ 국감에 나선 피감기관 대부분의 일반적인 속마음일 것이다.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여 만에 진행된 국정감사로 여야 간 공수교대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혼전 양상인 가운데 수감기관들은 하루 이틀 사이 이뤄지는 국감이 무난히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모양이다.
특히 여야가 국감 전 공언한 정책·민생 국감과는 달리 정쟁적 논쟁으로 치달으면서 수감기관들은 민감한 이슈들은 피해 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11일 쿠키뉴스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정감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나 수감 받는 공기관 직원으로서는 여야가 정쟁으로 다투고 파행까지 해주면 솔직히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덜 주목받고 정쟁에 국민적 관심이 더 쏠리면 국감을 치르기가 한결 수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년 지적되는 피감기관 태도 논란은 올해도 계속됐다. 각 수감기관은 미온적인 자료 제출을 비롯해 성의 없는 답변 태도 등으로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수 의원은 수감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크게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백경란 질병청장의 불손한 수감 태도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으로부터도 크게 질타받았다. 백 청장은 지난 6일 국회서 열린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감에서 의원들의 각종 질의에 “언론에서 봤다” “보고받지 못해 답변 못 드려 죄송하다” 등등 유체이탈형 답변 태도로 일관했다. 취임 후 처음 맡는 국감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불손했다.
수감을 받는 한 기관의 장으로서 질의를 미리 파악하고 충실히 국감에 임해야 하지만, 본인이 직접 관여된 게 아니니 책임지지 않아도 식의 태도를 보였고 유체이탈형 화법으로 답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국감 태도에 대해 날 선 지적이 있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받들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질병청장 본연의 일”이라며 “목소리를 크게 해달라. 그래야 소신 있어 보이고 자신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 소속 조명희 의원도 “야당으로부터 청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됐다”며 “목소리와 말투 고쳐야 한다. 국정감사를 받으러 온 청장이 말투가 쌀쌀하고 태도가 뺀질뺀질하다. 책임감도 없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자세도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6일 국회서 열린 법무부 국감에서도 수감기관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의원들의 정당한 자료 요구에 법무부가 불성실한 자료 제출 모습을 보이면서 맹탕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국감에 앞서 법무부에 부서별 성비 분포 자료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의원이 요구하는 형태의 자료로는 별도 관리하지 않아 제출이 어렵다면서 내지 않았다.
이에 조 의원은 6일 법무부 국감 의사진행 발언에서 “법무부에 부서별 성비 통계자료를 요청했는데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어서 제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남녀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세면 되는데 관리하고 있지 않아서 제출을 안 한다는 건 국정감사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없는 자료이기에 (제출에) 노력하지 않겠단 소리인데 이런 태도들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법무부의 불손한 국감 태도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했고 관련 자료를 조속히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정치전문가들은 국정감사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감기관과 국회 모두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정치평론가 김홍국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정감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삼권분립 국가에서 행정부와 그 산하기관은 국회의 정당한 자료 요구에 충실히 응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 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다면 성실히 임해야 하고 국민적인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의원들도 의미 없이 행정력이 낭비되는 무분별한 자료 요구 태도보다는 분명히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을 위주로 집중적으로 자료 요구하고 질의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모두 국민을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현행 국감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상시국감 도입 등의 이야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은 없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국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고, 이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전문성이 있는 보좌진의 강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수감기관의 태도를 따져 묻기 전에 국회가 전문성을 가지고 날카롭게 국정감사에 임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