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은 강진원 군수 취임 후 첫 진행된 제3회 추경안에 ‘군수님 의전차량 구입’ 명목으로 8500만 원을 계상해 취임 1주일만인 7월 7일 강진군의회에 송부했다.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281회 강진군의회 임시회에서 의결됐고, 강진군은 8월 18일 7500만 원을 들여 배기량 3800㏄ K9 최고급 승용차를 군수 의전용 차량으로 구입‧등록했다.
추경안 편성 작업이 취임 전부터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면 강 군수는 타보지도 않은 차량을 바꾼 것이라 ‘전임자가 탔던 차량이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진군은 당시 3회 추경을 두고 “고물가‧고유가 등 경제 위기 상황에 선제적 대응을 통한 민생안정과 민선8기 새로운 강진호의 비상을 위한 기본 구상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지만, ‘민생을 외면한 채 폼 잡기에만 급급한게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강진군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서울 등 장거리 운행이 많은데, 잔고장도 있고 해서 차량을 새로 구입하고, 기존 차량은 필요 부서로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강진군 공용차량 관리규칙’에 따르면 의전용 차량 교체 조건으로 최단운행연한 7년과 주행거리 총 12만㎞ 이상이거나, 사고로 수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차량의 최단운행연한 및 최단주행거리의 3분의 2를 초과하고 심하게 낡아 수리해도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비가 차량가격의 3분의 1을 초과한 경우, 정부의 에너지절약 시책 등 차량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교체 당시 전임 군수가 타던 7인승 카니발 차량은 주행거리가 9만 9375㎞로, 구입한지 3년 11개월밖에 되지 않아 교체 조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잔 고장이 많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쫓겨나는 신세를 맞았다.
의전차량 교체 문제는 강진군의회로까지 번졌다.
강진군이 군수 의전차량 구입 예산을 편성하면서 군의장 의전차량도 교체해주겠다며 ‘딜’을 시도하면서다.
현재 군의회 의전차량은 2020년 12월 구입해 2년도 채 되지 않은 4500만 원짜리 K7승용차로 운행 거리가 1만 5000㎞ 남짓 된 차량이라, 소문이 퍼지며 ‘그 밥에 그나물’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은 “의전차량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군수 의전차량 교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강진군 담당 팀장이 찾아와 ‘폐차하지 않고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고장이 심해 바꿔야 한다’고 답해 승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담당 팀장이 ‘의장 차량도 교체해 줄테니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켜 달라’는 흥정성 요구를 했고, 어떤 차종이 좋을지를 물어 ‘바꾸게 된다면 의원들이 함께 탈 수 있는 카니발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의회에서 먼저 차량 교체를 요구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전달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의장 의전차량 관련 예산은 편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논의만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고, 예산 승인 과정에서의 ‘흥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강진군수와 운명을 함께한 의전차량의 역사는 매우 깊다. 2004년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황주홍 전 군수는 취임 후 윤동환 전 군수가 이용하던 의전차량을 바꿨고, 2012년 취임한 강진원 군수 역시 취임 후 3선의 황 군수가 이용하던 의전차량을 바꿨다.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승옥 군수 역시 취임 직후 강진원 전 군수가 이용하던 K7 의전차량을 교체했고, 이번에는 강진원 군수가 취임 직후 이 전 군수가 이용하던 의전차량을 한 체급 높여 다시 바꿨다.
이번 의전차량 교체 외에는 사용 연한 등 교체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였지만, 군수와 운명을 함께하는 강진군 의전차량의 역사는 오랜 관행으로 굳혀지고 있다.
강진=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