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통과를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 모양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 실패 결과를 감추고 이재명 구하기 법안이라면서 평가절하했고, 야당은 쌀값 하락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법안이라면서 맞섰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 있는 농업인들은 그동안 여야 할 것 없이 농업에는 눈길 안 주더니 지금에서야 농촌·농민을 위하는 척하는 모습에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전남 구례에서 쌀농업에 종사하는 김건우씨는 “국회서 양곡관리법을 통과해주면 참 고마운 일이지만 수십 년 동안 농업에는 눈길조차 안 주던 정치권에서 농업이 마치 국가기간 사업인 마냥 관심을 가져주니 당혹스럽다”며 “정치적 의도가 담겼단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6~7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쌀값이 지금처럼 폭락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지금처럼 신경 안 썼던 걸로 기억한다”며 “농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여야가 치고받는 걸 모를 리가 없다”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전남 신안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최영철씨는 급하게 양곡관리법 통과 논의만 하지 말고 기왕 농업문제에 관심을 둔 만큼 농업 발전을 위한 폭넓은 정책 지원을 바랐다.
최씨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쌀 40만톤을 시장격리하면 1~2조원 정도 들어갈 텐데 올해는 쌀값 하락으로 당장 뼈 아프더라도 한국 농업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기다릴 수 있다”며 “기왕 농업 현안에 관심을 둔 만큼 5년 또는 10년 뒤를 보고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양곡관리법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고, 아무 고민 없다가 민주당이 농업 현안을 다루니 그제야 반대하고 나선 국민의힘도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정부가 작년에 9~10월 쌀 시장 격리를 선제적으로 했거나 양곡관리법을 지난 정부에서 진작 통과했으면 될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이를 추진한다고 하면 누가 잘했다고만 하겠느냐”면서 “국민의힘도 농업에 관심 없다가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추진하려고 하자 반대해야겠다 싶어 한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했다.
한편 인터뷰에 응한 두 농업인과 농민 단체 관계자 다수는 여야가 쌀값 이슈를 정쟁으로 소모하지 말고 협치에 나서주길 촉구했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업 현안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다툴 문제는 아니고, 협치가 절실한 분야”라며 “우리 농업을 살리는 데 여야가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제발 정쟁으로 치닫지 말고 협치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