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이재용이 걸어온 2년

‘포스트 이건희’ 이재용이 걸어온 2년

기사승인 2022-10-26 07:02: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 8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여준 추진력은 타계한 이건희 전 회장 공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조직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지난 2년간 이 부회장은 ‘포스트 이건희’라는 수식어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이 병상에 있을 때도 그는 ‘국정농단’ 사태로 복역 중이었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지만 무보수·미등기·비상근으로 경영 자문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올해 8·15 사면복권으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국민 기대와 정부 배려에 보답하겠다, 더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 책무와 소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제는 책임경영에 나설 때라며 회장 취임을 촉구하지만 이 부회장은 성급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첫 행보는 반도체였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그는 반도체 ‘초 격차 기술력’ 확보를 강조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 모태인 경기도 기흥에서 열린 차세대 연구개발(R&D)단지 착공 식에서 말이다. 

기술 인재를 강조하는 건 이 전 회장과 같다. 삼성 경영 이념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 한다’다. 이 전 회장은 인재 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 힘썼다.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손수 챙기며 기술인재 육성 중요도와 의지를 대외에 알렸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국내외 기능경기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14개 관계사에서 1424명을 채용하는 등 청년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서도 그가 강조한 건 ‘기술’과 ‘인재’였다. 위기를 직감한 삼성은 현재 기술 초격차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단기 성과보다 긴 안목으로 미래 삼성을 완성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1993년 <삼성 신경영>과 함께 ‘나부터 변하자’를 혁신 출발점으로 내건 이 전 회장처럼 조직문화 개선을 콕 짚어 강조한 점도 닮았다.

최근 이 부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지지 활동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을 대표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능올림픽대회 수상자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고 이건희 2주기 참배…‘뉴 삼성’ 메시지 없어

삼성 일가는 이건희 전 회장 2주기인 25일 수원 가족 선영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길목엔 밤나무와 감나무가 심겨 있고, 가을이면 단풍이 울긋불긋 드는 야트막한 산 속에 이 전 회장이 잠들어있다. 사유지라 경비가 삼엄하다. 행사 관계자여도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가야 한다.
25일 이건희 전 회장 2주기 추도식이 수원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 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 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사장단 참배가 끝난 오전 10시 48분 현장에 도착했다. 고급세단과 승합차를 나눠 타고 온 일가는 11시에 참배를 하고 11시 30분경 선영을 떠났다.

회장 취임이 임박한 가운데 앞으로 경영 스탠스를 점칠만한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올 걸로 기대를 모았다. 이 부회장은 1년 전 용인인력개발원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는 이른바 ‘뉴 삼성’을 선포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그해 11월 역대 최대 규모(20조원) 반도체 공장 부지를 확정하려고 미국 출장을 떠나며 의지를 보였다.

올해는 더 조용한 추모식이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추모식 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이 전 회장 2주기 추모 영상 시청과 오찬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과 부사장 등 경영진 300명이 고인을 기렸다. 이 회장 곁을 지켰던 의료진도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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