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자 상장사인 IBK기업은행이 올해 들어 2조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상장사로서 막대한 이익 실현은 칭찬한 일이지만 기업은행의 이익은 곧 중소기업의 이자로 실현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상장사로서 기업은행의 역할과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79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분기 5667억원 대비 40.5% 급등했다.
기업은행의 순익은 비이자이익 실적이 부진했지만 금리 상승에 이자이익이 증가하며 성장했다. 비이자이익은 3분기 누적 21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9% 줄었다. 반면 이자이익은 지난해 9월 1.49% 이었던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9월 1.83%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20.5%, 전분기 대비 10.5%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순익이 증가하면서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한화투자증권은 “괄목할 만한 마진 개선으로 이자이익이 4대 은행지주 평균 전분기 대비 5% 성장하는 상황에서 10% 증가했다”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순이자마진 개선 폭이 두드러진다”면서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각각 9.9%, 12.1% 상회했다”고 밝혔다.
9개월 만에 2조원이 넘어가는 돈을 벌어들이면서 배당 기대감도 올라갔다. 기업은행의 지분은 정부가 63.74%, 외국인이 13.53%, 나머지 20% 안 되는 물량을 소액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벌어들인 돈이 배당을 통해 정부로 일정 부분 돌아간다는 점에서 순익 증가에 대한 높은 평가도 나온다.
◇기업은행 공적이익 위한 역할은?
반대로 기업은행의 막대한 순익은 은행의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불러온다. 기업은행 특별법을 보면 중소기업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은행을 설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은행의 순익 증가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이자 고통이 깔려있다. 증권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 개선 이유 중 하나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지원했던 1.5% 코로나 초저금리대출의 금리 상승을 꼽고 있다. 기업은행은 초저금리대출의 만기 연장과 함께 금리를 시장가와 연동해 올렸고, 이러한 조치가 순이자마진이 약 5bp 이상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 1년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1조3000억원 가량 증가하는 사이 담보대출은 14조7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기업은행이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에 주력했다는 의미로, 이는 국감에서 매번 지적되어온 문제다. 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 역시 상승 추세를 보여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정체성이 충돌하는 모습은 현 윤종원 행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관측됐다. 당시 윤 행장의 추임을 두고 ‘낙하산 인사’ 지적이 제기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므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강조한 반면 기업은행 노조는 민간 지분이 존재하는 ‘상장회사’라고 반발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상장사이면서 국책은행인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공적역할과 이익추구가 상충하는 면이 있어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정책금융 수행 기관으로서 양측의 역할에 모두 충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대출 금리 상승은 당초 대출을 취급할 당시 3년 약정으로 금리가 복원되는 조건이 있었다”며 “금리 인상이 아닌 복원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금리 상한을 9.5%로 두고 중기 지원에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주주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