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내가 서해 피격 첩보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서욱, “내가 서해 피격 첩보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기사승인 2022-10-28 19:59:40
‘서해 공부원 피격’ 은폐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욱 전 국방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한 이는 본인이라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서 전 장관에게 고(故) 이대준씨 관련 첩보가 일선 부대에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첩보 배포를 제한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첩보 삭제는 서 전 장관 본인이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의 피격이 확인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관련 첩보를 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서 전 실장 등의 지시를 받아 2020년 9월 23일 오전 3시께 피격과 관련된 첩보를 삭제하라 지시했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도 지난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서 전 장관은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 ‘첩보 삭제’가 아닌 ‘배포선 조정’을 지시했을 뿐이라면서 이 같은 조치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 삭제와 관련해 서 전 실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민감 정보가 불필요한 단위까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포선 조정을 삭제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실 왜곡”이라면서 “자료 삭제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의 생산기관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큰 핵심은 손상·은닉하는 것뿐만 아니라 효용을 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전 장관이 주장하는 배포선 제한 역시 첩보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날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기간을 내달 9일까지 연장한 검찰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훈 전 실장과 서주석 안보실 1차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다음날 두차례 열린 관계장관 회의를 전후로 군 정보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공유된 SI(특별취급 기밀 정보) 등을 무단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이씨 유족에게 고발됐다.

감사원이 최근 밝힌 감사 결과를 보면, 국방부는 이씨 사망 직후인 2020년 9월22일 오후 10시30분께 피살 정황을 인지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 날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서 전 장관은 이 회의 직후 MIMS 등에서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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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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