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교섭은 없습니다. 사측에서 노조 제안을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법인 청산을 하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오는 30일 자로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푸르밀의 노조가 사측에 30% 구조조정 전제로 회사 매각을 제안했다. 사측은 제안 수용 여부를 오는 7~8일까지 답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이후 행보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푸르밀과 독접계약을 맺었던 낙농가에서는 이번 사측의 답변에 최후의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30일 자로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푸르밀이 4일 14시 서울 본사에서 3시간이 넘도록 3차 노사 교섭을 가졌다. 교섭은 중간에 잠시 중단이 되기도 하면서 쉽지 않았다. 이날 노사는 매각 추진 상황과 함께 상대 기업이 인수 조건으로 내건 구조조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1일 2차 교섭에서 신동환 대표이사가 5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회사 매각안을 제안하자 거부한 바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안보다 폭을 줄인 30% 구조조정과 회사 매각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신 대표는 다음주에 답변을 주기로 했다고 노조가 전했다.
노조는 또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사측이 인수 의향이 있는 업체명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측이 노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푸르밀은 법인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법인청산으로 결론이 나면 푸르밀 전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하게 된다. 희망퇴직 조건은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합친 위로금 2개월분이다.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교섭에서 노조의 제안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푸르밀은 기업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사측은 오는 14일 4차 교섭을 제안했으나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어 거절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시간 끌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노조의 행보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일단은 사측의 답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낙농가에서도 불안한 건 매한가지다. 농민들은 푸르밀에만 1979년부터 40여 년간 원유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푸르밀이 돌연 내달 30일자로 영업종료를 통보하면서 하루아침에 납품처를 잃게 됐다. 이들이 공급하는 원유의 양은 1년에 4만t에 이른다. 내달 푸르밀 영업종료 이후 12월 말부터는 납품 기한도 모두 끝나게 되면 원유 4만t은 모두 버려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가 제일 큰일이다. 직원들은 기업 청산이 이뤄질 경우 위로금을 받고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겠지만 농가에서는 차선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농가의 경우 국가에서 나서서 상생방안을 찾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전 직원들에게 내달 30일 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해고 시점 불과 40여 일 전에 노조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통지하면서 위법 논란이 일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50일 전까지는 이를 통보하고 합의해야 하지만 푸르밀은 이같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