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시행을 밀어붙이자마자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 정진상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정부여당의 ‘야당 탄압’ 프레임이 덧씌워지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검찰이 수사를 전개했다고 확단할 순 없지만, 애매한 압수수색 시점으로 민주당은 ‘야당 탄압’ 프레임을 확실하게 선점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정당한 수사라고 주장하나 일반 국민들은 국정조사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1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전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제외한 181명의 의원이 국정조사 요구서에 이름을 올렸으며, 10일 본회의에 보고된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가진 만큼 단독 의결을 통해 국정조사 특위를 충분히 꾸릴 수 있다.
여당이 지금의 태도와 다르게 앞장서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야당 탄압으로까지 비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제외하고서도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밀어붙이던 시점 직후 절묘하게 이뤄진 만큼 민주당은 야당 탄압 프레임과 더불어 국정조사 추진에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은 우선 이태원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경찰의 자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결코 피할 수 없단 입장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시점도 다소 애매해 결국 민주당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전개될 거라고 관측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사안을 여야의 공격·방어 차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당이 우선 수사하고 나중에 국정조사 하자는 식으로 나온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정부 또는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을 생각했다면 먼저 나서서 국정조사도 같이 하자고 해야 했다”며 “그래야 여당으로서의 명분도 생기고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야당의 ‘정치탄압’ 주장에도 할 말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버리니 결국 검찰 수사가 국정조사 안 하려고 하는 그런 정치적인 행위로 비춰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검찰은 수사 본연의 의도보다는 정치 문제의 중심에 서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며 “윤석열 정부에 확실히 힘을 실어줘 검찰이 과거의 수사권을 회복하고 예전의 검찰 왕국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특히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몰아붙이자마자 바로 검찰이 치고 나오는 것은 검찰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강력하게 메시지로 주고 있는 것”이라며 “급하게 할 압수수색이 아니고 오늘 굳이 할 필요성도 커 보이지 않는데 민주당의 말대로 일종의 국면 전환을 위한 물타기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회에서 현재 예산 심사 중인 가운데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정부와 여당은 적잖은 부담을 느낄 걸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압박이 커질수록 야당은 정치탄압 프레임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도 정부 책임론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