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들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나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대해 쓴소리가 나왔다. 감독당국 수장의 발언이 민간 금융사의 CEO 선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1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압 의도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0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문책경고 징계의 불복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급격한 시장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당사자께서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이를 통한 연임 도전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으로 중징계를 받아 징계 불복 소송 없이는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14일에는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금융사 지배 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 및 선임과 관련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의 CEO 선임 관련 발언이 계속되면서 업계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제기됐다. 물론 이 원장은 이러한 발언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거듭 해명했다.
금융노조는 이 원장의 해명에도 결과적으로 그의 발언들이 외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노조는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이건 어떤 것이든 외압은 없었다. 혹여 어떤 외압이 있다면 제가 정면으로 그것을 막겠다’라며 자신의 ‘외압에 맞서는 전문성’까지 언급했다”며 “그러나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벌어진 굉장히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며 판결문을 낭독하듯 결론 내리면서 징계대상자인 CEO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통해 법과 원칙에 의한 방어권 조차 억누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까지 모아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언급하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며 ”이는 특정인을 지칭한 말이며, 이사회 의장에게 ‘감히 후보로도 내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