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던 ‘전라도 천년사 출판·봉정식’ 행사가 12월 21일로 연기돼 두 달 넘게 수차례 연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도가 주관하는 전라도 천년사 출판·봉정식은 당초 10월 18일 열릴 예정이었다. 이는 전라도란 행정구역이 처음 생긴 1018년에서 딴 것이다.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당시 전주목과 나주목의 첫 글자를 따 전라도란 행정구역을 만들었다.
전라도에는 뜻 깊은 날에 열릴 예정이던 행사는 돌연 11월 25일 연기됐다. 천년사 발간 일정과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행사는 또 이번엔 12월 21일로 다시 연기됐다. 이유는 광주시장이 일정상 행사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전북도를 포함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함께 추진하는 이번 사업에 3개 시·도 단체장이 모두 참여하는 게 모양새가 나온다는 논리다.
‘전라도 천년사’는 지난 2018년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북을 포함해 전남·광주 등 3개 시도가 공동 추진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24억원, 인원 600여명이 투입됐다. 전34권으로 총서(해설서) 1권과 전라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6개 시기별 통사 29권, 역대 전라도 도백 인명사전 등 자료집 4권으로 구성됐다.
전국 최초로 지역권 오천년 역사를 기술한 역사적 작업으로, 전라도의 모든 분야별 역사를 망라해 기술하는 ‘전무후무’한 사업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전북도와 전남도, 제주도까지 전라도 전체를 관할하던 전라감영 소재지인 전북은 이번 사업을 ‘전북 자존심 회복’의 대표사업으로 가치를 부여했다.
이런 뜻 깊은 행사에 광주시장의 불참 등을 이유로 잇따라 행사가 연기되는 데 대해 ‘전북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단체장 일정 조율 실패로 행사가 연기되면서 집필이 완료된 ‘전라도 천년사’ 배포도 한 달 가까이 늦춰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유학자 A씨는 “정치인들이 전라도 천년사 봉정식을 왜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북도는 지난 3일 별도 브리핑을 통해 3개 시·도 전·현직 단체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국회의원 등 최종 일정과 참석자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며 “광주시장 불참을 이유로 행사를 또 연기한다는 것은 과거 전라도 전체를 호령하던 전북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지난 6월 ‘희경루(喜慶樓)’ 중건 상량 고유제를 개최하는 등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사업’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전북의 경우 450억 원을 들여 조성하기로 했던 ‘전라도 새천년 공원 조성사업’이 무산되는 등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