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사실상 매우 높은 가운데, MZ세대들의 충성심이 높은 애플의 간편결제가 한국 소비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국내에 도입된다 하더라도 당장은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시선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현대카드가 신청한 애플페이에 대한 약관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 금감원이 카드 관련 약관심사를 1개월 가량 진행한다는 점을 보면 빠르면 연내 출시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감원을 비롯해 애플과 현대카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지만, 앞서 지난달 초 애플페이 서비스 내용을 담은 현대카드 약관 이미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오는 30일 애플페이의 시범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유출된 약관을 보면 ‘현대카드 주식회사가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애플페이 결제서비스’, ‘본 약관은 2022년 11월30일부터 시행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네티즌들은 애플페이 출시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하반기 초에 출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 정말 출시되는 건가”, “이제 카드지갑도 필요 없게 될 듯”, “이제 애플페이가 삼성페이를 잡는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카드업권에서는 애플페이 출시로 당장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먼저 사용처가 적다는 점이 가장 크다. 현대카드가 독점 계약한 기간 금융소비자들이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현대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사용처도 현대카드 가맹점 위주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제단말기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애플페이는 NFC(근접무선통신) 결제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페이는 NFC 방식과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 결제 모두 가능하다.
문제는 국내 카드 가맹점은 대부분 MST 방식이나 IC(Integrated Circuit, 집적회로 스마트카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페이의 사용방식인 NFC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은 전체 약 300만 가맹점 중 6만~7만 개로 약 2%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애플페이의 라이벌사들도 상륙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탑재하거나 시장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삼성페이는 지난 7일부터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탑재했다. 여기에 갤럭시 폰 하나로 △신분증 △카드결제 △디지털 키 △티켓 △탑승권(국내선) 등을 강조한 광고 영상을 이달 초 공개했다.
신한과 KB국민카드를 주축으로 롯데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가 참가한 ‘오픈페이’도 출시가 임박했다. 각 카드사는 마지막 테스트 과정을 거쳐 서비스 출시 일정을 최종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객 유출을 우려해 참여 여부를 고심했던 우리카드는 최근 오픈페이 마지막 업체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가 참여하게 됐다.
오픈페이는 금융사 별로 앱을 설치할 필요없이 한 앱으로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은행권이 서비스 중인 ‘오픈뱅킹'과 유사한 방식으로 각 카드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여신금융협회가 중개하는 구조다.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 간편결제는 네이버와 카카오페이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프라인 시장의 점유율이 중요한데 소상공인들의 결제단말기는 대부분 MST 방식이다 보니 당장 애플페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삼성페이의 점유율을 크게 앞지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야 유의미한 점유율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