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가 이동통신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부와 업계가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 투자 의지 부족을 탓하며 전례 없는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성이 부족한 주파수를 3년 이상 안고 있으면서 오히려 속앓이가 심했다는 것이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 3사(SKT·KT·LG유플러스)에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과 이용 단축 처분을 통지했다. 약속한 기지국 1만5000대를 구축하지 못해서다. 3사 모두 낙제점을 받았는데 그나마 나은 SKT엔 이용기간 6개월 단축을, 나머지 2개사엔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박윤규 과기 2차관은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로서 또 3년여 시간을 이동통신 3사와 28㎓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측면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28기가 주파수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통신정책이다. 문 정부는 2018년 ‘지하철 와이파이 업그레이드 사업’ 등을 추진하며 통신사를 독려해 전용 기지국 구축을 주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28기가 주파수는 B2B(기업 간 거래)에 적합하다. 그래서 높은 안정성을 요구한다. 이 주파수는 또 회절성이 약하고 투과율이 낮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당시 수익성과 실용성 논란을 불렀다.
더욱이 4년 전 만해도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덜해 투자 기피 분위기가 깔렸다. 참여 의무가 없었음에도 통신사들은 각 2000억씩 6200억원을 투자해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기술 수준이 향상되리란 밑바탕이 깔린 ‘일방적’ 계약이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는 아무래도 경쟁관계에 있으니까 마케팅이나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참여 안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부가 허용한 주파수 사용기간은 5년으로, 2024년 11월 30일까지다.
4년이 흐른 현재 28기가 주파수를 활용한 대표 서비스는 없다. 업계도 사실상 연명해온 셈이다. 5G 이음 특화망 외에는 쓰임이 많진 않다.
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기가 주파수는 B2B 용도”라며 “기지국 1만5000대를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에 구축해야 할지 사업자들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수요가 덜해서 투자가 부진했던 건데 정부가 그런 부분을 고려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육지책으로 주파수 용처를 스포츠경기장이나 지하철 와이파이 개선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2018년 주파수를 할당할 때 미국이랑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주파수가 28㎓였다”며 “정부도 그때 시장보다 타이틀에 더 집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고 엄중한 사안이라 되게 조심스럽다”라면서도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입장이 더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28기가 주파수가 B2B에 적합한데 기술 수준이 그에 못 미친다. 조그만 장애물이 있어도 통과를 못 한다”라며 “기술 한계가 분명해서 투자를 안 한 건데 무작정 상용화하라고 하면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정부도 기술적 불확실성을 알았기 때문에 이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주파수를 할당받을 땐 그런 (애로사항이)있었다고 하면 진즉에 얘기 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냐”며 “기업들이 당시 약속했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행정집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전파는 저마다 특성이 있고, 상용화 하기 위해선 (업계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운명은 내달 청문회에서 결정된다. 정부는 3사를 불러 파악된 내용 외에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들뜬 기억은 사라지고 정부와 업계 사이에 긴장감만 맴돌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