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연구개발(R&D) 규모를 늘리던 일동제약. 올해 첫 성과가 될 파이프라인 ‘조코바’를 통해 R&D 전략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9일 질병관리청은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코바는 지난 22일 일본에서 첫 긴급사용승인(EUA)을 권고 받으면서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조코바(S-217622)는 기존 중증 환자를 타깃했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경증단계서부터 사용 가능하고, 복약 편의성도 개선된 제품이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예측된 데다 위증증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처방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만큼, 조코바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경우 가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일동제약은 지난해 11월 공동개발 계약 당시 조코바에 대한 국내 독점 판권 및 제조기술이전, 원료의약품(API) 제조 기술 이전까지 받기로 약속했다. 기존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약 46만명분으로 3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낸 가운데, 조코바가 팍스로비드의 절반 가격으로 시장에 나서도 50만명분이면 약 1700억원대를 버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코바 승인은 일동제약의 R&D 전략에 듬직한 지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대규모 연구개발로 다소 무리한 투자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첫 성과를 통해 매출이 확보된다면 앞으로의 개발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일동제약의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은 9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4%에 달한다. 조코바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매출액 대비 19.3%를 투자한 1081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2017년 483억원이었던 투자비용은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이에 따른 영업손실은 3분기 1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33.7% 증가한 액수다. 2020년 4분기 이래 누적 적자 규모는 1103억원이다.
또한 일동그룹의 지주회사 일동홀딩스는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그 중 195억원을 자회사 아이디언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아이디언스는 항암 신약 ‘베나다파립(IDX-1197)’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 전략 컨설팅을 제공한다. 일동 측은 투자금 확대를 통해 각 자회사의 개발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임상 진입 파이프라인 3개에 개발 중인 신약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신규 기전의 인슐린 분비 촉진 2형 당뇨 치료제는 지난해 7월부터 독일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결과를 도출할 방침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도 올해 3분기 임상1상을 승인받아 연구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위장관·안과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내년 글로벌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중 일동제약 만큼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1000억대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연이은 적자에 늘어나는 부채로 회사측 부담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본다. 현금 유동성도 많이 떨어졌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파이프라인 대다수가 IND, 임상1상 단계에 있다. 기술이전이 아닌 이상 이들을 이끌고 가려면 향후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은 일동제약의 R&D 전략을 지속하게끔 숨통을 틔워줄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완화세에 따른 향후 매출 전략은 고려해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