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자리 만들기 악용 우려” 금융판 중대재해법 논란

“낙하산 자리 만들기 악용 우려” 금융판 중대재해법 논란

당국, 금융사 CEO에게 내부통제 총괄책임 부여
"관치에 악용될 소지 있어,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사후 처벌보다 실질적 사고 예방 노력 필요"

기사승인 2022-12-01 06:00:01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위 제공

“브레이크 없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당국의 행보를 보면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두고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관치’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특히 당국의 최근 행보가 이같은 불신을 야기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 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DLF‧라임 사모펀드 사태, 우리은행 600억원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영향이다. 당국은 금융사고가 소비자・주주들에게 미치는 직접적 피해를 넘어, 금융권 신뢰훼손 등 경제・사회일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것으로 보고 제도개선에 나섰다. 

이에 당국은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T/F를 통해 발표된 내부통재 개선 방안은 금융사 CEO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명확히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선방안의 핵심은 금융사 CEO에게 내부통제 관리 및 예방 의무를 부과하고, 관리 의무가 미흡한 상황에서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CEO를 제재하는 내용이다. 단, 금융사고 발생시 사전에 예방 노력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을 경감・면책해 준다. 당국은 궁극적으로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CEO가 수익창출을 위한 성과관리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위험통제를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위·금감원의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방안 발표 내용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당국의 조치를 두고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제도가 악용될 경우 혹독한 ‘관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욱이 민간 금융사의 CEO를 당국의 입맛에 따라 갈아치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A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책임을 최고 CEO에게 묻기 시작하면 당국의 민간 금융사 통제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금융사 CEO가 제재를 받을 경우 금융사 임원 자격을 상실하는 만큼 당국의 결정에 따라 민간 금융사의 CEO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를 당국이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 사태로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불복 소송 가능성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구두 압박한 바 있다. 

또한 금융그룹 회장추천위원회 멤버인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한 이가 CEO로 선임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민감 금융사 인사개입 논란을 불러왔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CEO 임기 종료를 앞두고 모피아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사 개입 논란을 불식시키기려면 명확한 제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B금융사 관계자는 “CEO의 책임을 경감‧면책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이 모호할 경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제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명확한 제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동일한 문제로 논란이 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처벌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중심으로 감독 방향을 전환했다.

금융권에서도 실질적인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중심의 감독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C 금융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제도개선 취지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초기와 같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사후 처벌 강화 방향이 아닌 실제적으로 금융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개선방안을 금융권과 함께 모색해 나가야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종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의견뿐만 아니라 법리적 검토 등을 거쳐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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