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마마 어워즈 “좋아요 VS 싫어요”

2022 마마 어워즈 “좋아요 VS 싫어요”

기사승인 2022-12-01 06:00:09

한국 최대 규모 K팝 시상식 2022 마마 어워즈(2022 MAMA AWARDS)가 29일과 30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렸다. 지난해를 세계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던 CJ ENM은 올해 시상식 이름을 마마에서 마마 어워즈로 바꾸며 다시 한번 도약의 의지를 강조했다. K팝 팬들에겐 애증의 시상식인 마마 어워즈가 세계 시상식으로 거듭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일단 올해 시상식부터 되돌아보자.

29일 마마 어워즈를 진행한 가수 전소미. CJ ENM

좋아요> 진행자가 신선하다

이틀에 걸쳐 열린 2022 마마 어워즈는 첫날 가수 전소미, 둘째 날 배우 박보검에게 진행을 맡겼다. 전소미는 지난해 호스트로 나선 가수 이효리에 이어 두 번째 마마 어워즈 여성 호스트가 됐다. 2012년 호스트 진행 체제를 도입한 이후 8년 연속 남성 스타만 호스트로 내세웠던 마마 어워즈로선 크나큰 발전이다. 역대 최연소 호스트이기도 한 전소미는 마마 어워즈에 색다른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차분한 진행으로 시상식에 무게감을 더한 선배 호스트들과 달리, 전소미는 통통 튀는 말투와 표정 연기, 화려한 의상으로 재밌는 시상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싫어요> 그런데 진행자가 영어만 한다

마마 어워즈의 유구한 영어 사랑은 올해 정점을 찍었다. 시상식 시작 영상에 영어 해설을 깔고, 시상자를 영어로 소개하고, 시상 부문 이름도 영어로 지은 데 이어, 첫날 호스트인 전소미에게 영어 진행까지 맡겼다. 시상식이 열린 곳은 일본, 카메라에 잡힌 관객 대부분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황당한 처사다. 덕분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소미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안무가 가비가 영어로 질문하고 답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배우 이병헌은 30일 시상식을 여는 영상에서 음악이 가진 힘을 영어로 역설했다. 한국 배우가 영어로 소개하는 한국 음악의 힘이라니. 엄청난 혼종이 아닐 수 없다.

7년6개월 만에 한 무대에 선 그룹 카라. CJ ENM

좋아요> 그룹 카라가 7년 만에 한 무대에 서다

어떤 그리움은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 않는다. 카라를 향한 다섯 멤버의 그리움도 그랬던 모양이다. 2015년 발매한 ‘인 러브’(In Love) 음반 이후 사실상 해체 상태였던 카라는 올해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재결합 활동을 준비했다. 29일 열린 마마 어워즈는 5인조 카라가 선 첫 무대였다.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카라가 이렇게 외치자 K팝 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카라는 이날 히트곡 ‘루팡’(LUPIN), ‘스텝’(STEP), ‘미스터’(Mr.)를 메들리로 부르고, 신곡 ‘웬 아이 무브’(WHEN I MOVE) 퍼포먼스도 처음 선보였다. 시종 진지한 표정이던 리더 박규리가 슬쩍 미소 지을 때나 막내 허영지가 행복에 겨운 얼굴로 춤을 출 때, K팝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새겨졌다.

싫어요> 그런데 가수 얼굴이 안 보인다

음악 시상식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 일명 ‘발카메라’는 마마 어워즈에서도 말썽이었다. 특히 풀샷에 불만을 가진 목소리가 높았다. 카메라가 공연장 전경을 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공연을 감상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30일 펼쳐진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무대 도중엔 카메라가 허공을 떠돌기도 했다. 자잘한 방송사고도 벌어졌다. 29일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에 출연했던 댄스팀 YGX가 공연할 땐 조명이 꺼져 퍼포먼스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그룹 포레스텔라 공연 도중엔 카메라가 무대 뒤편을 비췄다. 두 장면 모두 다시보기 서비스에선 삭제됐다.

2022 마마 어워즈에서 솔로 공연을 펼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CJ ENM

좋아요> 볼거리가 풍성하다

여러 단점에도 마마 어워즈가 매년 K팝 팬들 기대를 한몸에 받는 건 눈부신 퍼포먼스 덕분이다. 올해는 가수와 댄서 등 20여 팀이 이틀간 7만여 관객을 만났다. 마마 어워즈 역대 최대 규모다. 제이홉은 ‘모어’(More)와 ‘방화’로 예술적 고뇌를 토해낸 데 이어 희망찬 분위기의 ‘퓨처’(Future)로 공연을 마무리하며 자의식을 드러냈다. 스트레이 키즈는 거미를 테마로 무대를 연출해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데뷔곡 ‘어텐션’(Attention)과 ‘하입보이’(Hype Boy)를 크게 히트시킨 뉴진스는 기존에 보여준 신비롭고 명랑한 이미지를 벗어나 강렬한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아이돌 일색이던 작년과 달리,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음악 감독을 맡은 작곡가 정재일과 밴드 자우림, 그룹 포레스텔라 등 다양한 장르 음악가를 초청한 점도 인상 깊었다.

싫어요> 그런데 이게 협업이라고?

시상식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협업 무대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다. 특히 아이브, 케플러, 엔믹스, 르세라핌, 뉴진스 등 4세대 대표 걸그룹 32명이 함께 꾸민 공연은 온라인에서 ‘랜덤플레이 댄스’(무작위로 재생되는 음악에 맞춰 다함께 안무를 추는 게임)로 불렸다. 각 그룹 대표곡 하이라이트에 맞춰 짧게 춤을 추는 구성이 부실했다는 의미다. 그룹 (여자)아이들과 자우림의 협업 공연도 두 팀이 서로의 노래를 짧게 나눠 부르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팀 리더들과 가수 이효리가 ‘두 더 댄스’(DO THE DANCE) 공연으로 ‘솔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한 반면, ‘스트릿 맨 파이터’ 출연팀과 프로그램 MC 강다니엘의 협업 무대는 군무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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