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방] 조선 건국 태조 이성계와 만나다

[역사탐방] 조선 건국 태조 이성계와 만나다

이성계리더십센터, 전북의 이성계 유적지 찾아 리더십 키워
전주 오목대 출발, 남원 황산대첩비서 태조의 영웅적 기개 확인
진안 마이산, 임실 상이암서 ‘조선 건국의 대망(大望) 품어’

기사승인 2022-12-05 12:11:15
이성계리더십센터가 전북도와 함께 추진한 ‘태조 이성계 역사탐방’ 참가자들이 전라감영 선화당 앞에서 신정일 향토사학자의 해박한 역사 해설을 듣고 있다.

이성계리더십센터(센터장 정세량)가 전북도와 함께 추진한 ‘태조 이성계 역사탐방’이 올해 일정을 마치고 내년에 새로운 내용을 보완해 새롭게 출발한다. 

올해 상반기 시작해 10개월간 15회로 진행된 역사탐방은 태조 이성계의 역사유적지를 찾아가며 그의 시대정신을 함양하는 인문역사관광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이성계 관련 역사자원은 69개에 달하는데, 그중 77%인 53개가 전북에 있을 정도로 조선시대 역사를 관통하는 압도적인 무게감을 자랑한다. 

이성계는 전주한옥마을 오목대에서 ‘대풍가(大豊歌)’를 불렀고, 임실 상이암(上耳庵)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장수 뜬봉샘에서는 오색찬란한 봉황을 목도했고, 진안 마이산에서는 개국을 상징하는 ‘금척(金尺)’을 받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관련 역사자원이 유독 전북에 집중된 것은 그가 전주이씨로 선조들이 전주에 오래전부터 살았기 때문이다. ‘풍패지관(豊沛之館)’이 말해줄 듯 전주는 조선 전국의 본향으로, 전주를 포함한 전북 전역에 걸쳐 역사자원이 풍부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조선의 역사를 관통하는 전주의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으로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다. 

태조 이성계 역사탐방 참가자들이 벽화마을로도 유명한 자만마을에서 신정일 향토사학자의 자만동금표에 얽힌 역사 해설을 귀담아 듣고 있다.

이성계리더십센터는 지난 1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역사학자인 신정일 교수, 다음카페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임, 서울·경기 음악동호회 회원 등 25명이 참여한 가운데 1박2일 일정으로‘태조 이성계 역사탐방’ 마지막회를 함께했다. 
 
역사탐방 참가자들은 첫날 오전 10시 30분 전주 오목대에 모여 신정일 역사학자의 해박하면서도 명쾌한 해설을 들으며 일정에 돌입했다. 오목대 누각 옆에는 1900년대 고종의 친필로 새겨진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畢遺址)’ 비각이 있다. ‘조선을 창업한 태조께서 말을 멈추고 머물렀던 곳’이라는 뜻이다. 고종은 왜 이곳에 이런 비각을 세웠을까? 기울어져 가는 조선을 바로 세워야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태조의 굳센 기개를 그리워한 것은 아닐까. 오목대는 조선의 왕에게는 기개를 아로 새겨주는 일종은 모태였던 셈이다.

자만동금표

오목대를 출발해 이목대가 있는 자만마을, 한벽루, 향교, 경기전, 전라감영까지 전주 일정에 포함됐다. 자만마을은 태조 이성계 선조들이 살았던 곳으로 자만동금표라는 금표석이 세워져있다. 

특히 경기전은 국보 제317호로 지정된 태조어진이 모셔진 곳으로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주에는 객사, 조경단, 풍남문, 만경대 등 무려 32개소의 이성계 관련 역사자원이 산재해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이곳들을 다 돌아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일정에서 전주는 한옥마을 주변의 6곳을 돌아보는 데 그쳤지만 왜 이곳에 이성계 관련 역사자원이 집중돼 있는 지를 이해하는 데 충분했다. 

태조 이성계 역사탐방 참가자들이 경기전 전주 사고(史庫) 앞에서 신정일 향토사학자의 역사 해설을 경청하고 있다.

전주를 돌아본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진안 마이산(馬耳山)으로 향했다. 남원 운봉‘황산대첩(荒山大捷)’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개선 길에 오른 이성계는 마이산을 보고 깜짝 놀란다. 꿈속에서 신선에게 금척을 받았던 장소와 꼭 닮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성계는 마이산 봉우리 바로 밑 은수사에서 100일 기도를 드리고 훗날 조선을 건국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마이산 입구에 있는 이산묘에서 출발해 은수사와 탑사까지 둘러본 뒤 숙소가 있는 장수로 향했다.

장수에는 이성계 군대가 머물다 간 용계마을이 있다. 이성계는 남원 황산의 왜구들을 정벌하기 위해 개성에서 친병인 가별대 부대 2천명과 고려 군사 3천을 모아 5천의 군사로 이곳을 지나게 된다. 당시 고려 조정은 진포대첩에서 패전한 왜구들이 황산에 모여 지리산으로 숨어들어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의 소탕을 명령을 내렸다. 왜구가 지리산에 숨어들어 장기전에 들어가면 백성들의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이성계 군대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황산으로 달려가 왜구를 크게 물리쳐 황산대첩의 대승을 거두게 된다.

역사탐방 이틀째 일정에 참가자들은 아침 일찍 임실 성수산으로 향했다. 성수산 상이암은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찾아 다투는 지형으로 명당 중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고려 태조 왕건과 조선 태조 이성계에 관한 전설을 모두 간직한 특별한 곳이다. 이성계는 상이암에 머물며 기도를 올리던 중 하늘로부터 ‘앞으로 네가 왕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암자 이름도 ‘상이암(上耳庵)’이 된 연유다. 조선시대 불교가 탄압받을 때도 이곳은 유생들로부터 보호를 받았다. 태조 이성계가 계시를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남원 운봉 황산대첩비지에서 기념촬영에 함께한 태조 이성계 역사탐방 참가자들

이번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로 남원을 찾은 참가자들은 남원 대표관광지로 이몽룡과 성춘향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광한루에 들린 뒤, 이성계를 국민영웅으로 만든 ‘황산대첩’ 현장을 찾았다. 이곳엔 황산대첩비가 남아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1380년 삼도순찰사 이성계는 황산에서 배극렴, 이지란 등과 함께 진포(군산)에서 패한 후 남원지역에 결집해 있던 왜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큰 승리를 거두었다. 황산대첩으로 이성계는 변방을 지키던 장수에서 일약 고려 백성의 영웅으로 부상했고, 정도전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 창업을 이루게 된다.

역사탐방에 함께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몰랐던 태조 이성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전북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역사 유적을 직접 보고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면서 “다음 역사탐방에도 가족, 지인과 함께 다시 한 번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문화 유적지에 얽힌 다양한 설화와 실존 얘기들을 유익하고 재미있게 풀어 해설해 준 신정일 교수님의 말씀도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다”면서, 역사탐방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역사탐방을 주관한 정세량 센터장은 “이성계 역사탐방은 관련된 역사유적지를 찾아가며 그가 보여준 혁신적 리더십, 돌파의 리더십, 상황적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 셀프 리더십 등을 들여다보는 리더십 프로그램”이라며 “조선 개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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