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 보험료가 평균 8.9% 오른다. 지난해와 올해보다는 낮은 인상률이지만, 5년 연속 오름세다. 특히 3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이 14%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손해율이 오르면서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과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전가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23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내년 실손보험료를 평균 8.9% 인상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3세대 실손은 14% 인상되며, 1세대와 2세대는 평균 6%, 9%씩 각각 오른다. 현재 판매중인 4세대 보험료는 동결된다. 이번에 처음 보험료가 인상되는 3세대 가입자는 894만명에 달하며, 평균 6%가 오르는 1세대 가입자는 827만명이다, 9% 인상되는 2세대 고객은 1657만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세대 고객들은 5년간 보험료가 한 번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인상에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면서도 “과거 1세대, 2세대도 보험료 인상이 비슷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다 보니 매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보험사는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는 2020년 2조5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2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약 130%다. 보험료를 100만원 받으면 보험금으로 130만원을 내줬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전부터 백내장 수술,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항목 이용 사례가 빈번한 것을 손해율이 높아진 원인으로 꼽는다. 심지어 최근 도수치료와 피부 시술, 스파 등을 얹어 진료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받는 병원도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이번 3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에 대해 “최근 도수치료와 피부 시술을 같이 하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면서 “보험사도 조사를 통해 과잉진료를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수치료 횟수 제한이 생긴 것도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금 혜택은 못 받고 높은 보험료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험업계는 올해 말까지 4세대 상품으로 변경 시 1년간 보험료 절반을 깎아준다던 혜택 기한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고물가에 보험료가 오른 것을 고려해 고객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목이다.
보험료 부담 여력과 의료 이용 횟수를 고려해 가입하거나 변경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보험사의 손해율이 비급여 때문에 높아진다는 것을 짚어냈음에도 부담을 고객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 협의체로 ‘공사보험정책협의체’, ‘실손보험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수년 동안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실손보험협의체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이후 개최된 실무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급여 관리 등의 의제는 보건의료계 관련 유관부처 참여가 필수적인데, 복지부가 불참 의사가 이어져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 산하 기관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실손보험이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보험사의 건전성 훼손까지 발생해 보험사와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의료계만 이익을 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실손 보험 적자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 소비자의 어려움과 보험료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