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벤처캐피털(VC) 인수를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이 VC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5대 금융지주가 모두 자회사로 VC를 두고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벤처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의 VC 진출이 고금리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권에 한 가닥 온기를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인수를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다올엔베스트먼트를 좋은 매물로 보고 있다”며 “이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다올투자증권의 벤처캐피털(VC) 자회사로 전신은 KTB네트워크다. 1981년 설립돼 국내에서는 ‘1세대 VC’라로 평가된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투자실적이 940억원(업계 8위)에 달하며 그동안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유니콘에 잇달아 성공적인 투자기록을 남겼다.
우리금융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마지막으로 VC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KB금융의 KB인베스트먼트는 1990년 설립된 장은창업투자를 모태로, 올해 10월까지 투자실적이 2000억원을 넘겨 VC업계 3위에 올라있다. 뒤이어 하나금융은 2018년 하나벤처스를 설립하며 VC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협금융은 2019년 NH벤처투자를 설립했고, 신한금융은 2020년 네오플럭스를 인수해 VC시장에 진출했다.
벤처 업계는 대형 금융사의 VC진출로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고금리의 충격이 본격화된 올해 3분기 VC 투자 실적은 1조 252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0.1% 감소했다. 금리인상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에 벤처투자심리가 악화된 결과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심리가 전 세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투자동향분석기관 피치북은 악화된 투자심리가 내년 여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이후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벤처업계에 자금 지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한벤처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300억원 수준의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 1호’ 등을 조성하면서 이미 운영자산(AUM)이 1조원을 넘어섰다. 신한벤처는 2021년 12월말 현재 9개의 벤처투자조합(운용규모 7019억원) 및 2개의 기관전용PEF(운용규모 4300억원)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성장 보다 생존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대형 금융사가 VC에 진출해 자금조달이 원활해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나 스타트업이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금조달”이라면서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전에는 우리금융 외에 신영증권, 유진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자금력과 비은행부분 수익구조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 등을 반영해 우리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지분 52%)의 매각가는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