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3년 한국의 경제전망이 위태롭다. 한국경제 최일선의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시작으로 거시경제 수장인 한국은행부터 기획재정부에서도 내년부터 경제 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상공인·기업 모두 ‘내년 경기 나쁠 것’ 전망
중소기업중앙회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소상공인 경영환경 전망 및 경영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300인의 소상공인들 중 2023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56%에 달했다. 10.3%만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내년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들의 절반이 넘는 52.4%는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 감소’를 이유로 꼽았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 증가’가 38.7%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은 고금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3년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소상공인 지원책에 대한 응답에서 ‘경영비용․대출 상환 부담 완화’가 52.7%로 가장 많았으며,‘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사회안전망 확충’이 28.3%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뿐 아니라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내년 1월 BSI 전망치는 88.5를 기록했다. 기준점이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제가 완만하다는 것을,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을 의미한다. 업종별 BSI의 경우 제조업(86.9)과 비제조업(90.3) 모두 6월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하며 동반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 부문의 수치는 2020년 10월(71.4)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77.8)를 기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며 수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경기도 얼어붙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세 부담 완화·자금시장 안정으로 기업의 유동성 압박을 낮추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어렵다…정부조차 인정한 현재 상황
그렇다면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당국의 시선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당국에서마저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걸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예상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같은 수치는 국내외 주요 기관이 최근 내놓은 전망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경제가 내년에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에 예상한 내년 성장률은 2.0%였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각각 1.7%와 1.8%로 제시했다.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한 곳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5%가 유일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이번에 경제 성장 전망을 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지금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국민들께 전망치를 말씀드리자 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최근에 상황이 조금 더 전 세계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국민들께 제시해 드리고자 해서 수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 올해 약 6.6% 증가한 수출은 내년에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글로벌 업황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수출 감소는 국내 기업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 내년 ‘물가안정 중점’ 천명…기준금리 더 오른다
거시경제 흐름을 주관하는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은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중에도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한은은 내년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으로 예상된다”며 “공급요인의 기저 효과,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상승률이 올해보다 낮아지겠지만, 전기·가스 요금 등 인상 압력의 가격 전가로 내년 중에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 성장 부진이 점차 완화될 수도 있다고 봤지만, 내년 금융·외환 시장도 큰 변동성으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 나갈 수 있도록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기준금리 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며 “최종 기준금리 수준과 이 수준의 유지 기간 등은 물가 흐름과 함께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