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개월 만에 3%대로 내려갔다. 국제 유가 하락과 환율 하락,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치솟는 물가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다만 내년 전기·가스요금이 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실제 물가 상승세가 안정될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4.2%)보다 0.4%포인트(p) 낮은 3.8%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6월(3.9%) 이후 처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 및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향후 1년 후의 물가상승률을 뜻한다. 한은은 이번달 12일부터 19일까지 2500가구(응답 2380가구)를 대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생활 물가와 관계된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이 안정됐고 소비자물가지수(CPI),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와 연결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년 전기·가스요금 인상폭이 올해의 두 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기대 이상으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인상분(19.3원)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20일 물가설명회에서 “내년 전기요금 인상이 올해 인상분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해 11월 물가상승률 전망치(3.6%)를 계산했는데 전기요금이 더 오른다고 하면 물가상승률 상향 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지난달 대비 소폭 개선됐다. 1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9로 전월 대비 3.4p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지수 가운데 생활형편전망CSI(85)·가계수입전망CSI(95)·소비지출전망CSI(108)·현재경기판단CSI(51)·향후경기전망CSI(62) 등 5개 지수가 전월 대비 1~8p 상승했다. 현재생활형편CSI(83)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밖에 소비자동향지수 가운데 금리수준전망CSI(126)는 전월 대비 18p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반면 주택가격전망CSI(62)는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