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야는 중대선거구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힘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논의 이전에 비례대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중대선거구제는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택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정치권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김 의장은 같은 날 신년하례회 오찬 후 기자들을 만나 “중대선거구 또는 다당제를 전제로 지역 간 협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 있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선구제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6일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소선구제가 갖는 문제점이 오래 드러나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유불리와 당리당략을 따지면 개혁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고 문제점 개선이 가능하다면 대승적으로 의견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선거제도 개편 논의 바람직…권력구조 개편 빠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 비대위원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개혁의 하나로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는 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건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살아 있다”며 “이 선거법을 조건 없이 원상태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거구 광역화로 복수 국회의원을 뽑겠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시간에 떠밀려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제3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 마련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다”며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치개혁 정치교체 관련 말을 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라는 표현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성환 “거대 양당 나눠 먹기 편리한 제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거대 양당이 나눠 먹기에 편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통해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이 나눠먹기를 하기에 편리한 제도”라며 “세계적으로 보면 중대선거구제가 더 피해가 크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소선구제가 훨씬 더 궁합이 맞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소선구제가 더 대세이고 다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에 대한 국민 심판을 피하기 위한 다른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규탄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