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건물 철거공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철거를 위한 가림막 설치작업 중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밝혀지고 있다.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을 인수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주)자광은 발암물질인 석면이 사용된 건축물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지난달 21일 대대적인 착공식까지 열고 철거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김윤덕 국회의원 등 도내 유력인사들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철거공사 착공 8일 만인 지난달 29일 오후 1시 40분께 가림막 설치작업을 하던 태국 국적의 A씨가 6m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만 해도 공사액 규모가 54억 정도로 추정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여부가 관심사였다.
그러다 지난 10일 전주시 완산구청이 자광을 경찰에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철거공사 단계부터 암초에 맞닥뜨린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완산구청이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긴급 점검에 나선 결과, 자광이 착공신고도 없이 공사를 강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완산구청은 자광 측에 공사 중지 공문을 보냈고, 법리 검토 등을 거쳐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자광과 철거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추락사한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철거업체가 A씨의 불법체류자 신분을 알면서도 고용했다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외국인 고용의 제한) 3항은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추락사한 A씨의 철거공사 현장에는 안전발판과 추락방지그물망 등 그 흔한 추락방지시설 하나 설치되지 않았던 점도 밝혀졌다.
전주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사망사고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부실한 안전관리와 완산구청의 고발 조치로 공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총체적 불법 공사현장에 참석해 업체에 힘을 실어진 행정과 정치의 주요 인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