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항상 부족하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이자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신선(29)씨는 보호대상아동(조기종료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지원 정책은 많아졌지만, ‘금융정보 비대칭’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 여덟 살부터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해 ‘대학생 보호 연장’으로 스물셋에 자립한 신선씨는 현재 아동자립 전문가를 목표로 또래 친구들과 후배를 돕고 있다. 다양한 봉사와 강연 활동을 통해 필수적인 정보를 전하고 있지만, 자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제·금융 정보 격차’는 항상 좁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2021년 신규 보호대상이 된 아동은 3657명으로 2020년 4120명에 비해 463명이 감소했다. 매년 보호조치를 받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약 0.05%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약 2400명의 자립준비청년들에게 LH주택 자금과 자립정착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지원 정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정보는 넘치는데 매뉴얼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책을 더욱 확대했다.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을 40만원으로 올리고, 연간 공공임대 주거시설 2000호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만 20세 이하에서 22세로 상향해 무상지원 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사와 카드사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교육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신선씨는 그 이유가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립·경제 교육을 수없이 받았지만, 모의실험에 그치는 정도”라며 “여전히 자립준비청년 10%는 매달 자립수당금이 지원되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이어 “교육은 지원 정책을 간략히 소개하고 돈을 아껴써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해 실질적인 자립 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인지 아직까지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하기 전까지 은행 업무를 볼 일이 거의 없다. 주택청약, 공인인증서 발급, 폰뱅킹, 은행에서 돈 찾기, 동사무소에서 서류 떼기, 보험가입시 유의사항, 가구 구입시 고려해야 할 사항 등 예산을 다룰 일도 드물다. 이들에게 기본적인 경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만약 교육의 부재로 보육시설 퇴소 후 금융피해를 입게 되면 피해 구제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이 퇴소할 때 받는 500~15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저마다 다르게 쓰는 이유도 부족한 교육이 원인이다. 실제로 자립준비청년들은 퇴소 후 받는 지원금을 아예 쓰지 않거나 단기간에 탕진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자체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지원 정책도 이들에게 혼선을 준다. 현재 각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지원제도가 달라 담당자 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움을 요청해도 제대로 안내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 A씨는 자립수당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를 방문했지만, 직원으로부터 경제 정책이 많아 어렵다며 도리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지자체별 자립전담기관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중 대다수는 각 지자체마다 ‘자립지원 전담 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지자체별 자립지원 전담 기관에서는 자립정착금 교육 등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특히 경제와 관련된 도움을 준다. 만약 청년들이 금융피해를 입었다면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부동산 이해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최근 자립지원 전담 요원을 60명 증원해 총 180명의 요원들이 청년들을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수천명을 모니터링 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보통 청년입니다만
우리 사회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이들을 ‘자립준비청년’ 이라 구분짓지만 편견을 깨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신선씨는 “편견을 빼고 보면 우리도 보통 청년이에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아동보육시설에서 자라지 않은 2030 청년들도 금융 피해를 입거나 비슷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처음 겪는 일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차이가 있다면 곁에 좀 더 빨리 정보를 알려줄 어른의 존재 유무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텍스트 위주의 경제 교육’이 아니라,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자기주도적 교육’을 이제부터라도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든든한 사회적 관계망’은 정책의 규모가 아닌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