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20일 오전 8시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지하철 행동’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오이도역에서 승차해 서울역으로 이동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공사와 경찰은 시위 시작 30분 전부터 승강장 곳곳에 인력을 배치했다. 경기남부청 소속 기동대 400명과 한국철도공사 직원 50여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스크린도어 앞에서 일렬로 인간 띠를 만들어 전장연의 탑승을 가로막았다.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하철은 물론이고 기차, 버스 등 장애인의 이동권이 여전히 부족하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라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단독 면담을 재요청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께 다시 제안드린다”며 “공개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장애인의 시민권 보장과 지하철 출근길에서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길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권·탈시설·노동권·교육권 등을 보장받기 위해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예산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공사 측은 전장연에 소음 행위 중단과 함께 퇴거를 요구했다. 임상규 오이도역 관리역장은 “역사 시설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금지되어 있다”고 수십 차례 경고했다. 이에 불응하면 열차 탑승을 거부하고, 퇴거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전장연 관계자와 경찰간 대치 상황도 발생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오전 8시30분 탑승을 시도했지만 저지당해 서울역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일부 휠체어를 탄 관계자가 탑승을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부딪히는 상황도 발생했다. 탑승이 저지당하자 전장연 관계자들은 “장애인도 지하철 타게 해주세요”, “장애인도 시민이다. 차별하지 마세요”라고 구호하며 반발했다. 승강장 내에서 앰프를 틀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은 현재까지 대치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니들만 사람이냐”, “나쁜 놈들아”, “너희 때문에 직장 늦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등의 고함이 잇따랐다. 오이도역 인근에 거주한다고 밝힌 박모(30)씨는 “매일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미칠 것 같다”며 “양측이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면 좋겠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피해를 용인할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단독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탑승 시위를 중단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면담 일정이 잡혔지만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단독 면담을, 서울시는 다른 장애인단체를 포함한 합동 면담을 고수했다. 이에 결국 면담은 불발됐다. 전장연은 면담 무산 직후 서울남부미널에서 버스 승차 시위를 시도하며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버스 티켓을 예매한 뒤 승차 시위에 나서려 했으나 경찰이 제지해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