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오늘(30일)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한다. 다만 발표 당시보다 금리가 높다 보니 최근 민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 속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이 30일 본격적인 출시를 시작하고 접수를 받는다.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 상품들을 통합한 이번 상품은 기존 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 요건이 없으며,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다.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인 차주는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생애 최초 구매자 80%)와 60%가 적용된다. 비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는 5%p, 규제지역은 10%p 추가 차감된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DSR 40% 규제가 적용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만기는 10·15·20·30·40(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50년(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 등 6가지 상품 중 고를 수 있다.
적용 금리는 차주 특성별로 ‘우대형’과 ‘일반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일반형의 경우 연 4.25∼4.55%가 적용되며 우대형은 4.15∼4.45%다. 당초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4.65~4.95%(우대형), 4.75~5.05%(일반형)로 책정됐다.
추가로 기본금리 외에 인터넷을 통한 전자약정 방식(아낌e)으로 신청하면 추가로 0.1%p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타 우대금리(사회적 배려 층·저소득청년·신혼가구·미분양주택, 최대한도 0.8%p)를 더하면 최대 0.9%p 낮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우대금리 중복 적용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3.25∼3.55%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4%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은행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주관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예정보다 금리를 0.5%p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이자율이 시중은행의 주담대 상품 대비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갈아탈 수 있다고 꾸준히 홍보됐던 ‘안심전환대출’의 처참한 실패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마감결과 신청금액이 9조4787억원(7만49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급한도인 25조원의 약 38%에 불과한 수준이다. 부부 합산 소득(7000만원→1억원) 이하 등의 까다로운 신청요건과 함께 큰 폭으로 상승한 집값 대비 주택가격 한도(4억원→6억원)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저조한 신청으로 끝맺음 됐다.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시와 달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흥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6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전월(4.34%) 대비 0.05%p 줄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69~7.36%로 나타났다. 우대금리를 제외하면 특례보금자리론의 하단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요건이 많고 주택가격의 상한선 제한이 크다 보니 신청이 저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번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이전 정책상품보다 넉넉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상품의 가입문턱이 비교적 낮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코픽스 금리가 하락추세에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도 하락세에 있어 대출금리 면에서 큰 폭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특례보금자리론도 시장금리의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만큼 조정되는 금리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