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은 안전운임제를 폐기하는 방안이라며 지입제를 완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8일 쿠키뉴스에 “지입료만 취하고 일하지 않는 운송사(지입전문회사)를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에는 화물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나 화물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실효성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입제란 화물차 기사가 화물차를 구매한 뒤 운수회사 명의로 영업용 번호판과 차량을 등록하고, 번호판 대여 비용인 지입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영업은 화물차 기사가 독립적으로 행하지만, 번호판 사용료로 2000만원∼3000만원을 지불해 ‘번호판 장사’로 불린다.
2004년 영업용 번호판을 단 화물차 진입만 허용하는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관행이 생겼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음지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면서 지입료만 받고 일감을 주지 않거나, 차주가 노후 차량을 교체하려 하면 비용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한 계약 체결이 난무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법인 소속으로 등록된 화물차 23만여 대 중 10만대 가량이 지입전문회사 소속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일반화물 운송시장에서 지입차주 비중은 92.5%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수치다.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22.5%가 번호판 비용을 내는 지입차인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차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개선책에 대해 노동 시장이 공감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화물연대의 입장은 단호하다. 화물연대의 숙원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지만 차주들은 정부의 개선 의지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에서 지난 20년간 운송사를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아 지입제 관행이 굳어졌다”며 “이번에 발표한 내용에도 어떻게 관리감독 할 예정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가 안 된 상태”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허위로 최소운송의무제를 운영해왔음에도 처벌받는 사람을 본 적 없다”면서 “실적을 반영해 퇴출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토부의 화물차 수급조절제 등 화물차 공급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화물연대 측은 “화물노동자의 임금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는 입장이다. 이어 “정부의 발표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안전운임제에 임금 혜택, 안정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있었는데 이런 것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측은 노동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전운임제 확대 및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량의 물량 계약을 약속하고 이후 공급을 끊거나 잠적하는 지입사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협의체와 공청회를 통해 수차례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반영하지 않고 국토부 마음대로 처음부터 정해진 대안을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이라고 낸 것이 유감”이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정상화 방안에서 “운송 기능을 하지 않는 운송사 퇴출을 위해 모든 운송사로부터 운송 실적을 신고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입제 등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됐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과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로 우리 국민들은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받고, 열심히 일한 화물차주는 공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는 운송업을 하지 않는 업체들을 퇴출할 것을 예고하면서 대기업 운송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물 차주들이 안정적으로 일감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으로 소속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물차 면허 총량 제한으로 증차가 어려웠던 CJ대한통운 등 대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