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가 중동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가 간 협약에 따라 보다 수월한 수출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21년 4553억4000만달러에서 2028년 6579억8000만달러 확대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중동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주요 신흥국으로 꼽힌다.
또한 중동 지역은 국내 의료기기 수입 비중을 높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등 중동 4개국으로의 의료용품(HS30) 수출액은 2016년 1598만 달러에서 2021년 4226만 2000달러로 164.5% 증가했다. 특히 UAE 한국 의료기기 수입액은 2021년 4030만9600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중동 진출에 앞장서는 추세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로 열린 중동 의료기기 전시회 ‘아랍헬스2023’에서도 그 열기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 달 2일까지 열린 아랍헬스 2023에는 전 세계 68개국 약 4000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전시회 기간 13만 명의 참관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국내 기업은 오프라인으로 89개사, 온라인으로 100개사가 참가했다.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이 날 전시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 지원하는 한국관도 마련됐다.
아랍헬스에 참여한 기업은 △뷰노, 메디컬아이피 등 의료 인공지능(AI) △씨젠 등 진단기기 △큐렉소 등 의료로봇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의료기기를 선보이며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러시아, 짐바브웨, 모로코 등 다양한 국가의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을 통해 중동·아프리카 시장 수출 확대를 모색했다.
아랍헬스에 참여했던 한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아랍헬스는 세계 3대 의료기기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동 중 UAE, 두바이 지역은 거액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에는 중동 정부가 의료 디지털화, 민영화 추진에 적극적인 정책 방향을 내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수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동 의료기기 시장은 규모가 커지고 있는 곳일 뿐 아니라 유럽 및 아프리카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게다가 부유한 지역인데 반해 의료는 좀 뒤떨어져 있어 기술이나 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다. 오랫동안 한국과 거래해왔기 때문에 국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며 수입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중동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도 국산 의료기기의 중동 진출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과 아랍에메리트(UAE)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 차원에서 아랍에미리트 의료기기 규제당국과 양자 협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전략적인 수출 지원 루트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식약처가 올해 시작한 ‘K-의료기기 메가(MEGA) 프로젝트’와도 맞물린다. 메가 프로젝트는 국산 의료 제품의 글로벌 진출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글로벌 새 수요 창출이 가능한 국산 3개 제품군 30개 품목을 3년간 집중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민간전문가와 정부로 구성된 추진체계를 만들어 제품화부터 수출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갖춘다. 또한 실질적 해외 진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규제기관과의 양자 협력도 진행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 거점국가를 선정해 K-의료기기 제품과 식약처 규제체계를 동시에 전파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는 AI, 디지털 등 신기술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이 충분하다. 정부도 규제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끊임없이 혁신해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