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전 세계에 100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되면서 국내에서도 전기차 판매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19만2000기다. 정부는 2025년까지 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전체 충전기 대수를 50만기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현시점에 충전소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1년보다 35% 증가한 34만여대를 기록했다. 이를 고려한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비율을 늘리고, 신축은 총 주차대수의 5%, 기축은 주차대수의 약 2%를 신설하도록 강화했다. 아파트 100세대 이상,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영주차장은 50면 이상이면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완속 충전기로 나뉘는데 현재 정부는 완속 충전기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완속은 6시간~8시간 동안 충전하는 것으로 아파트처럼 장기간 주차하는 곳들을 대상으로 한다. 급속은 빠르면 20분 내로 충전되는데 보통 휴게소, 교통량이 많은 거점지역에 설치된다.
최근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2023년 전기차 충전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 완속 및 급속 부문 지원 사업자에 선정된 현대엔지니어링은 6개월 내로 전남 공공시설 주차장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 42기와 완속 충전기 51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전기차 충전기 핵심 공급 목표 대상 중 하나는 완속 충전기 보급 수요가 많은 아파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쉽지 않았다”면서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는 고객 요구가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전기차 충전기 설치 찬반 비율 차이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전기차 등록 비율이 가장 높은 제주도의 경우 충전소 등록 비율은 굉장히 저조하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렌터카 이용률이 높은 제주도는 전기차 등록 비율이 4.86%에 달하지만, 충전소 비율은 0.86%에 그친다. 0.79%의 전기차가 등록된 세종시에 0.64%의 충전소가 설치된 것과 비교된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A씨는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아 전기차를 구매했다. 승차감, 고객 만족도 등 전기차를 구매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늘어나는 전기차 대비 충전소는 항상 북적인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은 그나마 충전소가 잘 되어 있는데 밤에 경기도나 외곽으로 나가는 승객을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충전소가 근처 있나’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업체 관계자는 “고속도로나 관광지역에 급속 충전기 설치 비중을 늘리고, 주거지에는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보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보조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고객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