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사실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기간 꾸준히 실적이 증가해온 만큼 매년 실적 갱신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들은 매번 실적발표와 함께 ESG 경영 강화, 공적 기능 확대를 약속하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이자장사’ 지적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약속해왔던 사회공헌 강화는 오히려 후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신한, KB국민, 하나, 우리)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 총 15조85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자 이익 합계치가 39조6800억원으로 전년(34조7100억원)에 비해 5조원 가량 늘었다. 또한 4대 금융지주들의 개별 순이익이 각각 3조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초로 4대 지주 모두 ‘3조 클럽’에 입성했다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개별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이 4조600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KB금융 4조4000억원 △하나 3조6000억원 △우리 3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시현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은 앞다퉈 주주 환원을 위한 배당 확대에 힘쓰는 모양새다. 먼저 배당을 보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액은 4조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7309억원)보다 8.3% 증가한 수치다. 다만 배당 성향의 경우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 성향은 25.5%로 전년(25.7%)보다 0.2% 줄었다.
배당 성향이 줄어들었지만,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올해 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예정이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이후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금융의 경우 2분기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금융지주에게 금융당국과 정부는 꾸준히 ‘눈치’를 주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2023년도 금감원 업무계획 간담회’ 발표에서 “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자금중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등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일종의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시장안정과 취약차주 지원 등을 통해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금감원은 금융권의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실효성 있게 금융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은행 비판에 가담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밝혔다.
‘이자장사’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자 금융지주들은 잇달아 지원 및 기부 행렬에 나섰다. 먼저 은행권은 3년간 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가계·소상공인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데 이용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기부의 경우 신한금융은 전국 아동보호시설(그룹홈)에 해마다 3억원씩 3년간 총 9억원의 난방비를 기부하기로 했으며, KB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각각 기초생활수급가구와 장애인 가구, 자립 준비 청년, 미혼모 등에 난방비 5억원씩을 지원했다.
하지만 년 단위로 살펴보면 금융지주의 사회환원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다. 금융지주들은 매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해당 보고서에는 기부나 지역사회 투자, 임직원 봉사활동 투입시간 등을 돈으로 환산해 ‘사회공헌활동’ 비용으로 담아낸다.
보고서를 총합하면 4대 금융지주들은 2021년 사회공헌활동에 6354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8%, 2019년과 비교하면 11% 감소했다. 2021년 4대 금융지주의 총 순이익은 14조5000억원으로 2020년(10조8000억원)보다 34% 늘어났음에도 사회공헌 금액은 더 줄인 것이다.
금융소비자단체는 금융사들이 고금리 시기 이익이 확대된 만큼 적극적인 차주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은행들이 예대마진 수익에 집중해 큰 실적을 올렸다”며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교육 다중채무자에 대한 선제적 채무조정 등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