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 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달린 만큼,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에 사활을 건 반면 국민의힘은 양심 표결을 촉구하며 이탈표를 노리고 있다.이재명 “권력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8분간 읍소도
이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깡패”에 비유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맹비난했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 횟수가 275번”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가 권력을 남용해 특정인을 공격하는 게 국가 경영에 맞나”라고 질타했다.
여당의 ‘이재명 방탄’ 공세도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를 하느냐, 가만히 맞으라고 하는 것이 깡패의 인식이라고 생각된다”며 “이재명 잡겠다고 이재명 가족, 친구, 후원자, 이웃, 지지자들, 아는 사람들까지 이재명과 관계있는 사람들은 지금 저 때문에 너무 고통이 크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탈표 단속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약 ‘8분’ 간 무죄를 주장하며 의원들에게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과 관련해 영장 내용을 보니까 결국 돈 받은 것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본인 계좌 추적은 물론 주변 털어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원님들도 많이 힘들고 피곤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은 대선 패배의 업보다. 당 대표로서 의원님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며 ‘부결’을 에둘러 요청했다.
민주당, ‘부결’ 가닥 잡았지만…불안한 단일대오
민주당은 ‘완벽한 부결’을 다짐하며 내부 결집에 힘쓰고 있다. 내홍 빌미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풀이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의총 직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서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무도한 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총선까지의 대응전략, 이 대표의 역할 등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을 줬는데 부결시키자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확인된 의원들의 총의가 27일 본회의 표결 과정과 결과에서 흔들림 없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명(비이재명)계도 일시적으로나마 부결에 뜻을 모았다. 설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에는 모두가 이견 없이 확실히 부결시키자”며 체포동의안 부결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의원은 지난해 이 대표 구속 가능성을 거론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했던 대표적 비명계다.
다만 여전히 이탈표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민주당 지지율 탓이다. 당 대표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총선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박지현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민주당이)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다. 체포동의안 가결이 되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20일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조응천 의원 역시 지난 14일 “조심스레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찬성을 넌지시 내비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민주당, 뒷감당할 수 있겠나”…“다음엔 가결”
국민의힘은 ‘양심 표결’을 외치며 이탈표를 자극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사는 길은 민심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며 “자당 대표고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서 (체포동의안을) 거부하면 평소 민주당이 해오던 말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 두 분도 사법처리한 국민들인데 야당 대표라고 해서 영장심사조차 못 하게 한다면 뒷감당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상당수가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의원들 내에서 ‘이재명 당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공천권 행사하면 최소 35명 정도는 같이 못 간다’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다”며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검찰이 계속 구속 시도를 할 경우, 이탈표가 늘어나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은 “지금도 여론이 악화하고 있지 않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뚝뚝 급락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다면 2차 체포동의안이 다시 올 경우 과연 (민주당이) 부결할 수 있을까”라고 주장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