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년 정치’ 앞세웠지만...무분별 공천에 함량 미달자 속출

여야, ‘청년 정치’ 앞세웠지만...무분별 공천에 함량 미달자 속출

청년 지방의원, 4년 전보다 1.7배↑...범법자 무공천 원칙에도 당선 ‘빈번’
음주운전은 ‘기본’...업무상 횡령부터 공동상해까지 범죄 유형도 다양
청년 정치, 결국 ‘속 빈 강정’ ‘청년 팔이’ 전락
선거 임박한 뒤늦은 공천 등 문제 제기

기사승인 2023-02-28 06:00:30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쿠키DB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등 일부 청년 정치인들의 일탈이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한 청년 정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현역 청년 정치인의 절대 숫자는 늘어났지만, 함량 미달의 청년들도 대거 유입되면서 힘을 받아야 할 청년 정치의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

각 정당은 범죄 이력 등을 지닌 부적격 인사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배제하겠다고 연일 외쳤지만, 선거를 앞두고는 급하니 일단 쓰자는 심사에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을 내는 등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2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40세 미만 지방의원 청년 정치인은 416명에 달한다. 4년 전 해당 연령대 지방의원 숫자인 238명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0세 미만의 의원은 31명에서 82명까지 2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가운데 무분별한 청년 정치인들의 유입으로 인해 오히려 청년에 대한 이미지만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성정치인들과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뽑았지만, 전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투표장 모습.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방의원들의 임기 시작 만 1년이 채 되기도 전인데 청년 정치인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중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는 음주운전이다.

서울 강남구의회 소속 강여정 의원(민주당)은 기초의원 임기 시작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7월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또 부산 연제구의회 소속 한 기초의원은 지난달 23일 새벽 음주운전 상태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입건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제주도의회 소속 30대 광역의원이 새벽 경찰 음주 단속에서 적발됐다.

범죄 전과에서도 청년 정치인들의 이력은 기성정치인 못지않다. 음주운전은 기본이고 횡령부터 공동상해, 도박 등 범죄 이력도 다양하다. 범죄로만 봤을 때 어떻게 공천받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안산시의회 소속 A 기초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010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상해)’ 위반에 따라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2015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 형을 받기도 했다. 같은 시의회 소속 B 기초의원(민주당)은 2011년 ‘상해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2017년 ‘도박’으로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다. 

최근 병역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강서구의회 소속 기초의원 C는 지난 2017년 업무상 횡령으로 벌금 200만원 형을 받았으며, 무투표 당선된 같은 당 기초의원 D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등으로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을 선고, 2020년에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다.

일련의 사태는 청년 정치인 개개인보다는 당의 공천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각 정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강력범죄, 부정부패, 성폭력, 음주운전 등 범죄 이력을 지닌 후보들은 공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지만, 막상 선거 임박해서는 유능하고 검증된 인재 찾기에 실패하고, 논란 여지가 있는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권지웅 전 민주당 청년 비대위원은 27일 쿠키뉴스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청년공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 후보 위조로 공천하자는 결정은 양당 모두 선거가 거의 임박한 시점에 나왔다”며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인력 풀을 만들고 준비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만 하더라도 지난해 2월쯤 송영길 대표가 청년 후보 공천 30%를 말씀하셨지만, 제도화된 것은 거의 4월이 다 돼서였다”며 “자질의 의문이 드는 청년 후보들이 섞여 있어도 급박한 일정상 공천에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치를 물리적 나이로 기준 삼는 정치권의 인식 자체가 틀렸다면서 개념을 재설정해야 하나하는 주장도 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같은 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이가 20·30대라고 해서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청년 팔이’하면서 그동안 정치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잘못된 청년 정치의 개념 자체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시대 정신을 지닌 유능한 청년 정치인의 영입”이라며 “나이만 청년인 정치인이 아닌 어떤 청년 콘텐츠를 가진 청년 정치인인가 여부를 더 자세히 보는 게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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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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