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2일 현직 PD와 경찰 등 다양한 직군이 지원하며 접수 첫날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 시장의 어려움과 경제난의 세태를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가 10년 만에 기술직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기술직은 평균 연봉이 1억에 달하는 데다 업무 강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관심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총 11일간 기술직 신입사원 지원 서류를 접수한다.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서류를 내면 되고, 서류 합격자 발표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현대차는 차수별 1차 면접, 인성·적성검사, 2차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7월 중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합격자는 입사 교육을 거쳐 9월에서 10월 중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10년 만의 채용에 한 네티즌은 “저랑 제 친구가 계약직으로 일해봤는데 진짜 신의 직장”이라며 “워라밸 너무 좋고 일도 편하고 돈도 많이 줬다. 7급 공무원인 제 친구도 이번에 지원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많은 직장인이 가입한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이미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채가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지원 자격 제한이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정년이 보장되는 고액 연봉 직무라는 데서 지원자들의 이목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취업할 때는 연봉과 정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봉이 높은데 정년까지 보장되어 취업난과 경제난 속 취업준비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커리어 매칭 플랫폼, 사람인 관계자는 “그동안 취준생들이 공무원, 공기업 취업을 희망한 이유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안정감’ 때문”이라며 “이번 현대차 채용은 공무원, 공기업처럼 60대 정년이 거의 보장되어 있는 데다 연봉 수준은 훨씬 높아 큰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직군에 지원해 최종 합격을 하기 위해서는 고스펙자들이 모인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생산직은 그 보다 부담이 낮아 내가 지원했을 때 합격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조금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기가 어려워 모두 고액 연봉을 원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연봉이 높아도 30-40대가 되면 퇴사해야 하는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시대상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10년 만의 열린 채용에 대해 “지금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로 변화하는 시대로, 이번 채용은 전동화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빌리티 기술 인력을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자격 제한은 없지만,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을 위해 다방면 직무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현대자동차 기술직 신입사원에 지원하는 강하경(28·여)씨는 “현재 방송국에서 PD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직무 관련 경험은 없지만 현대자동차의 기업 문화가 좋다고 해서 지원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뒤 재작년 9급 경찰이 된 이하람(30·남)씨는 “해당 직무와 잘 맞지만 도전해보고 싶어 이번 채용을 지원해보려 한다”면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MZ세대들에게 지원 자격이 없는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요즘 취준생들은 취업이 어려워 일단 채용 공고가 뜨면 거의 다 지원하는 추세”라면서도 “취업 시 회사의 이름, 연봉, 안정성에 대해 고려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 문화, 복지 제도, 근무 환경의 유연성 등을 고려해 취업하는 MZ세대의 특성이 이번 채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