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빅스텝’ 가능성에 흔들리는 한국경제

미 연준 ‘빅스텝’ 가능성에 흔들리는 한국경제

제롬 파월 의장 “최종적인 금리 수준, 이전 전망보다 높을 것 시사”
국내 경제지표 ‘휘청’…원·달러, 국채금리 하루만에 ‘폭등’
한은, 신중한 입장 내비쳐…“면밀히 점검하고 결정할 것”

기사승인 2023-03-10 06:00:08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미 Fed 홈페이지 캡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빅스텝(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것)’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경제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당장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 한국의 국채가 급등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20원 이상 올라가기도 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하락세를 조금 보였던 대출금리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 “최종적인 금리 수준, 이전 전망보다 높을 수 있어”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최근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74.98p(1.72%) 떨어진 32,856.46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2.05p(1.53%) 하락한 3,986.37, 나스닥 지수는 145.40p(1.25%) 하락한 11,530.33로 마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 수준까지 낮추는 과정은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고 첨언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1일 열린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기존 시장 예측치인 0.25%p 상승이 아닌 0.5%p 인상, 빅스텝을 시사한 것이다.

국내 경제지표 ‘휘청’…원·달러, 국채금리 하루만에 ‘폭등’

미국 경제 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지표도 ‘된서리’를 맞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인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원 오른 1321.4원에 마감했다. 이같은 상승폭은 지난달 6일(23.4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또한 안정세를 보이던 국채금리도 급등, 장단기 금리 역전폭이 확대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같은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129%p 상승한 3.855%에서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59%p 상승한 연 3.720%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큰 폭 오르면서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폭은 역대 두 번째로 크다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역대 3~10년물 금리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월~2008년 1월과 △2008년 7월 △2022년 9월~올해 3월 세 차례가 유일하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 신중한 입장 내비쳐…“면밀히 점검하고 결정할 것”

진짜 문제는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인한 후폭풍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25%p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p 올리면 한·미 금리 격차는 1.75%p까지 벌어진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의 최종금리가 3.50%에서 3.75%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 의견을 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 최종금리는 5.5~5.75%로 예상한다”며 “만일 연준이 이달 빅 스텝을 밟는다면 한은도 4월 인상 가능성이 확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가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기준금리는 추가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하락세를 보이던 대출금리의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7%대를 향해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34~6.64 신용대출 금리는 이날 금융채 6개월 기준 연 5.34~6.64%로 집계됐다. 이달 초(2일 기준) 5.33~6.57%에서 상단이 0.07%p 증가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이사)는 9일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한 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미 통화 긴축이 시장 예상보다 더 강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의 상당폭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가 환율, 외국인 채권 자금 유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