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직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치권에서는 “죽음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64)씨가 전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가 경기도를 방문하기 하루 전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전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메모 형식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이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 GH 사장 직무대리 등을 지냈다. 특히 지사 비서실장 당시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 모친상에 이 대표를 대신해 조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GH 본부장 시절에는 이 대표 자택 옆집을 GH 합숙소로 임차해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대표의 주변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던 2명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유리한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하는데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에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던 중 극단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자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또 세상을 떴다”며 “이재명 대표의 주변에서는 끔찍한 죽음의 릴레이가 공포영화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언제까지 죽음의 공포가 계속되어야 하냐”며 “이재명 대표는 왜 정치를 하는 것인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는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죽어도 한 번도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입만 열면 사람이 먼저라고 늘 말해왔던 사람 아닌가”라며 “존엄한 사람의 가치가 단 한 사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극이 계속되어도 침묵하는 이재명 대표는 도대체 어떠한 분이신가”라고 거듭 질타했다.
이어 “도대체 어떠한 말 못 할 비밀이 그리 많기에 측근들이 세상을 뜨고 있는지 오직 한 사람 그분이 입을 열어야 한다. 억울한 6, 7번째 죽음을 막아야 한다”라며 “더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김만배, 김용, 정진상, 이화영은 진실의 입을 열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절대 진실을 밝힐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성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묻는다. 그동안 정의를 외쳤고 공정을 외쳤던 분들 아닌가. 이 끔찍한 연쇄 죽음 앞에 진상조사라도 하자고 외친 적 있는가”라며 “국회 앞에 천막 걷어치우고 끔찍한 죽음부터 막아 달라. 범죄 혐의자 한 사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정당이 되시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10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일어난 다섯 번째 죽음”이라며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얻는 정치 이제 제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과 사회를 살리고 북돋는 것이 정치란 업의 본질인데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에서 본 적 없는 죽음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권력의 꼭대기에서 있었던 사람은 책임의 꼭대기에서도 굳게 서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책임의 무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밑에 있는 이들을 파괴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제발 오늘만큼은 예정된 경기도 민생 행보 대신 고인 문상을 다녀오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이 죽음의 행렬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질타했다. 유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벌써 몇 명째인가. 다섯 명째 소중한 생명이 죽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인간으로서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할 책임이 이재명 대표 당신에게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불체포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 나라의 사법절차에 순순히 따르시라”며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나서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의 죽음을 막으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 상황을 중단시킬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