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누구나 다 따니까... 나중에는 ‘나’를 위해 운전하게 됐어요.”
운전면허소지자 중 10명 중 4명이 여성 운전자다. 여성 운전자들은 운전을 시작한 후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과거엔 운전이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나, 현재는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늘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성 운전자는 1342만9671명으로 전체 운전자 3216만1081명 중 41%를 차지한다. 지난 1976년 여성 운전자는 1만4587명으로 당시 전체 운전자 79만7467명 중 1.8%에 불과했다. 40여년 만에 여성 운전자 비율이 약 23배 커진 것이다.
여성의 운전면허소지자 비율은 남성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2018년 남성 운전자는 1873만1410명으로 전년(1849만5975명) 대비 1.3%(23만5435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운전자는 1316만9418명에서 1342만9671명으로 2%(26만253명) 증가했다.
여성 운전자 “운전하는 이유?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어요”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지난 1월부터 운전면허에 도전 중인 정모(32)씨에겐 효율적인 이동이 중요했다. 정씨 “친정집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30분 걸리지만, 개인 차량으로 이동하면 30분 채 안 걸린다”며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시간 낭비란 생각이 커져서 운전면허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운전 경력 2년 차인 박소라(27)씨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2016년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박씨는 “처음 면허를 따고 5년 정도는 장롱면허였다”며 “퇴사 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운전을 다시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운전을 하면 대중교통이 언제 올지 기다리거나, 출퇴근 시간에 서서 가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돼서 좋다”며 “운전의 단점은 직접 운전하는 피곤함 정도”라고 말했다.
17년 차 운전자인 서미선(50)씨는 “아이 세 명을 데리고 마트, 병원을 갈 때 불편함을 느껴 면허를 땄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을 배우니 이동이 자유로워졌다”며 “이동해야 할 때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여행하기에도 더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여성 운전자 증가, 사회적 지위 향상 의미
여성 운전자 수 증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연관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이 취업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여성 운전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40대 여성은 일명 ‘세컨드카 오너’가 늘면서 운전면허 소지율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50~60대 이상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당당한 노년’ 현상 등의 영향으로 드러났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며 여성 운전자도 늘고 있다”며 “수도권은 대중교통이 발달해 여성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지방에선 많이 늘고 있다”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대 여성들은 사회 경험을 하며 운전 욕구가 증가하고, 고령층도 과거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라며 “전 연령대에서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 운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도로 위 운전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난폭운전 성향은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높다”며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며 도로 위에서 배려 운전, 양보 운전을 하는 차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박 교수는 “이전에 여성은 남성보다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져 운전을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과거와 달리 여성 운전자를 향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