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카페 점주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한 카페 점주는 “2000원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오후 12시30분에 와서 7시48분 나갔다”며 “다시는 보기 싫다”고 털어놨다. 카페에 멀티탭을 가져와 여러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이들을 부르는 ‘전기 도둑’ ‘전기 빌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대로 카공족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나쁜 카공족에 해당하는지 묻고 있다. 한 카페에 오래 머물 땐 일부러 음료를 두 잔 시키거나, 디저트를 시키기도 한다. 손님이 없을 땐 오히려 자리를 지키는 것이 도움되는 일 아닌지 묻기도 한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뜻하는 ‘카공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음료 한 잔을 시키고 오랜 기간 카페에 머무는 카공족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최근엔 논란이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개인 카페 점주들은 카공족을 악당을 뜻하는 빌런이라 부르며 얼마나 심한 손님이 있었는지 하소연한다. 카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점주들 눈치를 보며 대체 얼마나 머무르는 것이 적절한지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카페 이용 시간과 태도를 두고 엇갈리는 앙 쪽 이야기를 듣고, 적정 이용 시간은 얼마인지 알아봤다.
“카공족 때문에 매출 손해, 콘센트 안 만들어요”
경기 파주시 한 카페 자영업자 A씨는 카공족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음료 한 잔에 4시간은 기본. 오픈 때 와서 마감까지 머무는 날도 있다. 직접 묻는 것조차 귀찮은지 전화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기도 하고, 주문하지 않고 친구까지 불러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평일은 그렇다 쳐도 주말엔 다른 손님들이 못 들어오니 난감하다.
카페 점주들은 카공족이 가게 매출에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카페 점주들에 따르면 46㎡(14평) 정도의 카페를 하루 12시간 영업할 때 여름‧겨울 전기세가 평균 40~50만원, 그 외 계절은 30만원대가 나온다. 공공요금, 원재료 가격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커피 한 잔(4000원)으로 4인석을 4시간 이용하면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서울 연남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씨는 “커피 한 잔을 시키고 4시간 이상 노트북,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손님을 겪었다”며 “커피값보다 전기세가 더 나올 거 같다”고 토로했다.
개인 카페 점주들은 카공족을 퇴치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점주들은 일부러 노래를 크게 틀거나 콘센트 막기, 이용 시간 제한 등 자구책과 후기를 공유한다. 한 점주는 무선 인터넷(와이파이) 설정을 통해 인터넷 연결을 끊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일부러 콘센트가 없앤 카페도 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C씨는 “카공족을 막기 위해 콘센트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에서 카공족을 기피하는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경기도 운정에 위치한 중형 카페 직원은 “하루 5명에서 10명 정도의 카공족이 온다”며 “한 번 오면 음료 한 잔에 기본 3~4시간 머문다. 길면 6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가 넓은 편이라 괜찮지만, 작은 카페면 신경 쓰였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음료 한 잔에 2시간 이용, 저도 진상인가요?”
카공족과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은 카페 눈치 보기에 바쁘다. 카페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것도 문제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카페에서 업무를 본다는 조모(25·프리랜서)씨는 “최근 카공족 논란에 혹시 나도 진상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 한 잔에 장시간 이용하는 건 문제가 되지만, 카페에서 단순 공부나 업무를 보는 행위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카공족들은 개인 카페 대신 프랜차이즈 카페로 향한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개인 카페보다 비교적 공간이 넓고 콘센트 좌석이 많기 때문이다. 변모(25·직장인)씨는 “카페는 쉬는 공간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괜히 눈치 보여서 요즘엔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카페에서 일하다가 점주도 아닌 손님에게 옆에서 대놓고 욕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제 개인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면 암묵적으로 사장님의 눈치를 받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추가 주문을 하는 카공족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카페를 장시간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을 전체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주일에 2~3번 카페를 찾는다는 유모(23)씨는 “카페에 가면 기본 음료 한 잔을 시키고 2~3시간 정도 이용한다”라며 “더 오래 있을 경우 추가 주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추가 주문을 해도 다소 눈치가 보인다”라면서도 “와이파이를 끊는 건 카페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 같다. 과도한 행동 같다”고 비판했다. 변씨도 “음료 한 잔을 시키고 종일 있는 건 문제지만, 2시간 정도 머무는 건 문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음료 한 잔에 2시간 이용 가능… “전기 도둑은 과해”
카페에서 음료 한 잔에 머무는 적정 시간은 몇 시간일까. 2019년 8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100원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42분으로 조사됐다. 비(非)프랜차이즈 카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가게라고 가정해 계산한 수치다. 여기에 업주들의 의견을 종합할 경우 음료 1잔 당 평균 2시간 정도 이용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페에서 음료 한 잔으로 3~4시간 매장을 이용하면 회전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시설 부족이 카공족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부하거나 책을 볼 장소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고 일부는 공공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그럴 장소가 부족해 카페가 (카공족의) 유일한 대안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소장은 “자영업자 입장에선 한 사람이 장시간 머물면 영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맞지만,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공공기관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