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을 시술, 가격 보고 고르는 게 문제될까?

내가 받을 시술, 가격 보고 고르는 게 문제될까?

강훈식 의원, 비급여 진료비 등 광고에 넣도록 개정안 발의
소비자 “진료비 공개 당연” vs 의료계 “의료 질 저하”

기사승인 2023-03-16 06:00:09
픽사베이

비급여 진료비를 의료광고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를 두고 의료소비자와 의료계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한 눈에 병원별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반면, 의료계는 광고로 인한 과잉 경쟁이 질 낮은 서비스를 부를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광고 심의 기준 관련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광고 심의 기준이 관계 법령과 어긋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특히 의료광고에 넣지 못했던 비급여 진료비, 치료 전후 사진, 치료 경험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그 동안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조직인 자율심의기구가 마련한 심의 기준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 같은 내용을 광고에 적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의료법과 상충하는 부분이다. 의료법은 의료급여나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어 비용 관련 광고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심의 기준의 설정, 수행 주체만 정하고 있어 관계 법령과 맞물리지 않더라도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강 의원은 “법률상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공개될 수 있음에도 그동안 법적 미비로 의료광고 심의 기준의 오류를 바로 잡지 못했다”며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고지를 의무화하고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 활용 금지는 맞지 않다. 이번 계기로 의료 소비자들이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접해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비자, 긍정적 시각… “정확한 시술 가격 비교 가능”

해당 법안이 마련되면 의료소비자들은 병원 광고나 병원 예약 플랫폼 등에서 시술, 수술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간 병원에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만 가격을 알 수 있었는데, 이 같은 불편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피부과를 자주 이용하는 우모씨(33세·여)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서비스나 제품 모두 가격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시스템인데, 비급여 진료비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매번 찾아가서 상담 받고 가격 묻는 것도 번거롭고, 예약 후 찾아가도 대기시간이 길다. 비급여 진료비를 사전에 광고를 통해 볼 수 있다면 그런 과정이 한결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치과를 이용하며 고액의 진료비로 고민이 많았던 이모씨(38세·남)도 개정안을 찬성했다. 오히려 의사단체가 왜 반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이씨는 “광고를 통해 한 눈에 가격을 알 수 있다면 합리적인 금액대의 시술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가격 공개를 안 하니 가끔 덤터기 쓰는 기분도 든다”면서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경쟁은 필요하다고 본다. 병원들도 경쟁해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모씨(28세·여)는 찬성하면서도 의사단체가 말하는 의료의 질 저하 우려도 일리는 있다고 밝혔다. 신씨는 “의료 시술 비용은 할인 행사, 지인 추천 등에 따라 달라져서 실제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개정이 되면 정확한 가격을 비교하고 시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금도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공장식 시술’을 하는 곳들이 많은데, 가격 경쟁으로 더 싸게 더 많이 하다보면 시술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답했다.

의료계, 부정적 입장… “질 낮은 박리다매식 의료 이어질 것”

의료계는 일찍이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정부는 2010년부터 국민 알 권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고지를 의무화하고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 관련 개정안도 지난해 9월 정부에서 이미 추진 의사가 있다고 밝혔던 내용이다. 

의료계는 의료광고에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한다면 오히려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단순히 진료비를 따져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될 경우 환자를 현혹시키고 추가 과잉진료를 하는 병원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이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하게 된다면 환자들이 세부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진료비만을 단순 비교해 의료기관을 찾는 상황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공정한 보건의료질서를 크게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일부 의료기관에서 저렴한 진료비와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앞세워 환자들을 현혹시키고, 금액을 맞추기 위해 추가 과잉진료를 하거나 다른 시술을 권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A피부과 의사는 “이전에 한 환자분이 병원에서 시술 받은 후 미용정보 플랫폼을 접하고 ‘왜 바로 옆 병원보다 비싸게 받았냐.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따지러 온 경우가 있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제품에 따라 서비스 가격은 달라질 수 있는데 마치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다”면서 “저렴하다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플랫폼에 가격이 공개된 이후 가격만 따지니 오히려 환자의 선택 옵션은 더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B치과를 운영하는 한 의료관계자는 “벌써부터 비급여 공개로 경쟁심을 보이는 의원들도 있다. 자칫하면 병원이 광고비만 불리고 의료서비스는 신경 쓰지 않는 장사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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