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엇갈린 각계 평가...정치권·학계 모두 이견 

한일 정상회담, 엇갈린 각계 평가...정치권·학계 모두 이견 

與 “한일관계 정상화” vs 野 “부끄럽고 참담한 외교”
이원덕 “한일관계 출발점 의미”
이신철 “정부, 피해자 2차 가해”

기사승인 2023-03-17 21:34:00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에서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각기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대외 외교 후 국내에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 만큼 갑론을박은 당분간 지속될 방침이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치권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한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한일관계 정상화라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굴욕외교 또는 외교 대참사라고 격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복합 위기에 놓인 우리 경제에 새 기회와 활력을 줄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양국 사이에 세워졌던 불신과 불통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여당일 때도 반일 감정을 부추겨 선동하는 것밖에 하지 않더니, 야당이 돼서도 반일 감정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쿠키뉴스DB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들은 굴욕외교라면서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며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나 반성이 전무했지만 우리 정부는 공언했던 일본의 대응조치 언급조차 없었다”며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의 자존심과 피해자의 인권, 역사의 정의, 전부를 다 맞바꾼 것이다’라는 우리 국민의 한탄 소리가 틀려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평가는 극명히 엇갈렸다. 꽉 막힌 한일관계의 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본의 사과와 반성의 기미가 하나도 없는데 무릎을 꿇은 실익과 역사적 명분까지 모조리 잃은 실패한 외교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에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 제시가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정상회담은 한일관계를 비정상에서 정상화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과거 10년간 정체된 채 대립과 갈등으로만 일관하던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출발점에 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민 중에서는 회담의 결과를 동의하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기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결정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강제동원 문제는 인권문제인 만큼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며 “일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우리마저 방관하면 풀릴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 공은 일본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강제동원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반면 역사학계에서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성균관대 겸임교수)은 같은 날 쿠키뉴스에 “우리가 지금처럼 경제 성장한 것은 결국 식민지 피해자들의 피땀 덕분이고, 그 위에 세워진 것인데 조금 더 잘 살자고 현실의 피해자를 다시 한 번 더 역사의 피해자로 만든 것”이라며 “경제적 이익과 안보를 내세우나 눈앞에 보이는 짧은 이익을 위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2차 가해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니 강제동원 배상도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고, 나머지 대책은 전무하다”며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일본에게 줄 수 있는 건 다 준 회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역사가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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