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시작하는 ‘슈퍼 주총데이’ 주간이 찾아왔다.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4대 금융지주의 주총이 진행되며, 30일에는 DGB, JB금융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금융지주 신임 회장 선임을 비롯해 사외이사, 배당성향 확대 등 금융업권의 큰 변화를 몰고 올 안건들이 포함돼 있어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주총, 주요 안건은 진옥동 내정자·사외이사 선임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진행하며 ‘슈퍼 주총데이’의 시작을 알린다. 신한금융 주총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진옥동 신한금융 신임 회장 내정자의 인가다. 진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조용병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깜짝 발탁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진 내정자의 선임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국민연금은 진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신한지주의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감시의무 소홀 등으로 선임에 반대한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다.
반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진 내정자의 선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한금융의 전체 주식의 약 70%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의 의견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보니 사실상 무난한 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다만 사외이사건 선임에 대해서 ISS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ISS는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신한금융지주의 현 사외이사진은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SS는 8명의 사외이사(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라임펀드 사태, 채용 비리 사태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임종룡 내정자, 정식 취임으로 ‘광폭 행보’ 속도 붙나
24일 우리금융그룹의 주주총회에서는 임종룡 신임 회장 내정자의 선임 안건이 가장 핵심이다. 임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과의 접전 끝에 회장직에 추천됐다. 그는 관료출신으로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임 내정자는 공식 취임 전부터 ‘광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일었던 낙하산 논란은 우리금융 노동조합을 방문하면서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이후 우리금융은 자회사 14곳 중 7곳에 새로운 인물을 선임하고 우리금융 내 총괄사장제, 수석부사장제가 폐지되고 11개 부문이 9개로 축소되는 등의 조직개편도 공식 취임 전 끝마쳤다. 우리금융에서는 이같은 개편을 두고 “임 내정자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임 내정자와 차기 회장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왔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사임을 표명하면서 임 내정자가 ‘임종룡호’ 출범과 함께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까지 바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사외이사 실효성 강화’ 주문 속 KB금융 나홀로 사외이사 ‘대거 교체’
24일 같은날 개최되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주총회의 경우 신한이나 우리처럼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KB금융의 경우 금융지주보다 사외이사 교체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금융은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만료로 인해 6명을 다시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사외이사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은 연임하고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왔다.
KB금융의 사외이사 교체 비율(50%)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높다. 8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신한금융은 전원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을 결정했으며,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8명 가운데 6명의 현 사외이사가 재추천됐다. 우리금융은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를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안건 가운데 부결될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보니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에서는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장 많은 사외이사 교체를 진행하는 KB금융은 당국의 의지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얼라인’이 불어온 바람…‘배당 성향’ 정책 ‘관심’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업계에 불어온 주주환원정책 강화 ‘바람’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들로 하여금 더 적극적인 배당을 진행하게 만들었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만큼 적극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B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p 높은 33%로 끌어올리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신한금융도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기로 했다. 2022년 결산 배당금은 865원이며, 배당성향은 22.8%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배당성향을 23.5%로 소폭 내렸지만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은 30%를 달성했다. 또한 배당 기준일을 현재 12월 말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금이 확정되는 3월 정기주총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도 표결에 올릴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주당 배당금을 1130원으로 결정하며, 총주주환원율을 매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2분기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는 한편 분기배당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1%p 높인 27%로 결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