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가 투자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를 지나 고금리 기조가 찾아오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이 점차 힘겨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SVC(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터지면서 자금공급은 더 매마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스타트업 가뭄 속 단비같은 곳이 있다. 금융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이다. 올해 초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천명한 신보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스타트업권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씩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9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5.2%나 급감했다. 여기에 SVC 사태는 스타트업권에게 ‘겹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SVB 파산이 국내 스타트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지만, 이미 미국에서도 투자규모가 위축된 것을 감안한다면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스타트업 투자 기근 현상에도 꾸준히 자금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금융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이다. 지난해 말 신용보증기금은 ‘스타트업 유니버스’를 선포하고 스타트업이 실제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보증상품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규 보증공급 목표를 전년 대비 400억원 증가한 5500억원 수준으로 운영하고, 유니콘 육성을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보증한도 지원에도 나선다. 신보형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혁신 스타트업 200개사를 선정해 이들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과 민간 투자유치·해외진출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유치 실적과 연계해서 성장성이 검증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투자브릿지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브릿지 보증은 △투자시드 보증 △투자매칭 보증 △투자스테일업 보증으로 구분해 창업시기와 투자유치 규모에 따라 보증한도를 각각 최소 1억, 5억원, 20억원으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신용보증기금은 스타트업 투자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능형 가정 에너지관리 플랫폼 ‘퍼스트홈’을 운영하는 케빈랩과 첨단센서·인공지능(AI) 기술 전문기업 엠트리센에 각각 3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자로 참가했으며, 140억 규모의 투자금이 유치된 더그린엔터테인먼트에도 신용보증기금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여기에 AI 솔루션 기업 에너자이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5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신보 관계자는 “신보는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엔진인 스타트업에 대한 빈틈없는 지원을 위해 사업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며 “위축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보가 공공부문 스타트업 종합지원기관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