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 잃는 달빛어린이병원…“10년간 방치”

스스로 빛 잃는 달빛어린이병원…“10년간 방치”

전국 226개 시·군·구에 36곳 불과
소아청소년과 인력난 맞물려 신청 없어
정부 “센터확충·수가조정, 제도 정비하며 검토”

기사승인 2023-04-01 06:01:01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내놓은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대책’에 대한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보건복지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운영하고 있는 진료센터다. 만 18세 미만 환자를 대상으로 평일 오후 11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를 본다. 

하지만 소아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 226개 시·군·구에 지정된 센터는 현재 36곳에 불과하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광주, 울산, 세종은 전무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정부가 도입만 해놨지 사실상 방치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달빛어린이병원 도입 이후 제대로 된 사업 평가 한 번 없었다”며 “정부가 얼마나 무심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화된 소아청소년과 인력난과 맞물려 달빛어린이병원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지만 운영을 하겠다는 의원, 병원의 신청이 부족하다 보니 정책 확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소방관이 없는데 불을 어떻게 끌 수 있겠는가”라며 “수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운영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에서 신청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29일 지역 병의원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실패한 정책을 재탕도 모자라 확대하겠다는 발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서울에서조차 제대로 운영하는 센터는 1곳뿐이고, 나머지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 100곳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달빛어린이병원 담당자는 “야간 진료를 활성화하려면 달빛어린이병원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무리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보완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라면서 “최근에도 지자체에 문의하는 의원, 병원들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참여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진료 수가 조정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관계 기관과 현장 의견을 들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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